미국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수전 손턴 예일대 교수(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중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의 보복뿐 아니라 세계 사법체계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턴 교수(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는 지난 21일 뉴아메리카재단 주최로 열린 웨비나에서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했을 때 국제사회는 바이러스의 유래를 찾기보다 협력에 나섰지만 이번은 다르다”면서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11월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양당 캠페인에서 ‘중국 때리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턴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강경정책에서 물러날 것 같지 않다”며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중 관세를 유지하려 하고 있으며, 의약품과 의료용품 등의 공급망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턴 교수는 미국 내에서 중국을 상대로 피해배상 소송이 증가하는 데 대해 양국의 새로운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관련 소송으로 미국 법원이 중국 정부의 미국 내 재산을 압류하거나 할 경우 이는 도미노 효과(중국의 보복)를 부를 것이고 세계 사법체계를 뒤흔들 것”이라며 “이는 결코 좋은 행동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일부러 코로나19 팬데믹을 발생시켰다고 제소하는 건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미주리, 미시시피 등 주(州)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 나서고 있다. 현행법상 소송 자체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자 미 공화당에서는 아예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대중국 채무 무효화, 제재 부과 등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손턴 교수는 이번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패권 쇠퇴와 중국의 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란 미국 내 일부 관측에 대해 “지금은 패권 전환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이 나오지만, 약간 과장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도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중국 경제도 결코 독립적이지 못한 만큼 세계가 어려워지면 매우 큰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각국에 의료용품을 지원하는 등 영향력 확대에 나섰지만, 각국 내에서 반발도 상당하다”며 “중국은 아직 소프트파워, 공공외교 등의 측면에서 세계를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