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가 오는 6월 신임 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장 연봉을 대폭 삭감하기로 했다. 회장 후보들이 내는 기탁금은 이전보다 늘린다. 회장 자리를 놓고 다수의 회계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선거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최근 이사회에서 회장 연봉을 3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추는 안건을 의결했다. 신입 회계사의 연봉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공회는 회장직이 회계업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명예직임을 강조하기 위해 연봉을 5년 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공인회계사회장이 아예 급여를 받지 않는 나라도 적지 않다”며 “최근 몇 년간은 예외적으로 회장 급여를 높였지만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연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공회는 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내는 기탁금도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후보자가 대거 등장해 선거가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다. 후보자들은 선거에서 15% 수준의 득표율을 올려야 기탁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봉과 기탁금이 조정되면서 선거 양상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회장을 비롯해 정민근 딜로이트안진 부회장(한공회 부회장),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한공회 부회장), 장영철 삼덕회계법인 대표,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회계학회장),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줄줄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급여가 줄고 출마를 위한 비용은 늘면서 한공회장 자리의 매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지지 기반이 탄탄하고 회계업계 발전에 기여할 의욕이 큰 후보 두세 명 간 대결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한공회는 다음달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새 회장 선출 과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내달 18일부터 22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받은 뒤 6월 17일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뽑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투표는 전자투표로 한다.
김진성/하수정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