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24일 오후 4시8분
국내 1위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새 최고경영자(CEO)를 경선으로 뽑기로 했다. 이 회사 50년 역사상 처음이다.
삼일회계법인은 24일 윤훈수 감사부문 대표와 배화주 재무자문부문 대표를 새 CEO 후보로 선정하고 임직원에게 통보했다. 이 회사는 최근 전무급 이상 임원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CEO 출마 희망자 신청을 받았다. 당초 3명 이상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추천위가 2명으로 최종 후보를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수 후보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갔다. 186명에 이르는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들은 오는 28일 사원총회를 열어 투표로 새 CEO를 선출한다. 현 CEO인 김영식 회장은 오는 6월 임기가 끝난다.
최종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은 모두 1965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윤 대표는 감사부문을 이끌며 주로 국내 대기업 감사와 미국 증시 상장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배 대표는 국내 기업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 경영자문을 총괄하고 있다.
회계업계는 두 후보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직 외형으로는 삼일의 감사부문 매출이 재무자문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의 파트너 186명 가운데 감사부문은 116명, 재무자문부문은 25명으로 큰 차이가 난다. 두 후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부문별 파트너의 규모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일각에선 표가 한쪽으로 쏠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하지만 회계법인을 대표하는 CEO를 선출하는 문제인 만큼 소속 부문의 파트너 규모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삼일의 한 파트너는 “무기명 투표인 만큼 파트너 세력대로 표가 나눠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1971년 ‘라이부란 회계법인’으로 출발했다. 1977년 현재의 ‘삼일’이라는 사명으로 변경됐다. 설립자인 서태식 명예회장이 초대 CEO를 맡은 이후 4명의 대표이사 체제를 거치는 동안 경쟁 투표로 수장을 뽑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물러나는 CEO가 후임자를 지명하면 사원총회에서 추인하는 형태로 대표이사를 결정해왔다. 새 CEO의 임기는 2023년까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