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인재

입력 2020-04-27 18:12
수정 2020-04-28 00:17
“안뇽하세요, 선배님!”

30대 중반의 말끔하게 생긴 외국 청년이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금방 배운 듯한 어눌한 한국 발음으로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통에 초면에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구글의 심장으로 불리는 직소(Jigsaw)의 최고경영자(CEO), 재러드 코언을 처음 만난 자리였다. 자신이 스탠퍼드대를 나왔는데 내가 자신과 같은 대학을 나왔으니 선배님이라는 것이었다. 글로벌 인재의 호탕하고 유쾌한 첫인사에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후배처럼 정감이 갔다.

코언에게 어떻게 구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기업의 CEO가 될 수 있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거침없는 그의 이력은 그야말로 경계가 없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역사학과 아프리카 지역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우연히 컴퓨터 관련 수업을 듣게 됐는데, 그 재미에 빠져 연거푸 여섯 과목을 들으며, 그것이 앞으로 ‘세상을 바꿀 학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무작정 구글을 찾아가 인턴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한 것이 에릭 슈밋 회장과의 첫 인연이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세상에서 지역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영국 옥스퍼드대로 건너가 국제관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 국무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와 힐러리 클린턴 장관 아래서 중동전략 자문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구글에 합류해 회사를 혁신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에는 강연차 들렀다가 나를 만난 것이었다.

비결은 경계를 넘나드는 공부와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고였다. 코언은 어릴 적부터 뉴욕에 인접한 주에 살면서 뉴욕시에 전 세계 인류와 문화, 비즈니스가 모이는 것을 보며 자랐고, 지금도 직소의 사무실을 구글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옮겨 사회적 요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끊임없이 즐기고 있다. 막힘없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코언과의 대화는 탁 트인 산에서 하늘과 세상을 한꺼번에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 좋은 청량감을 줬다.

코언과 같은 글로벌 인재가 우리나라에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대학 졸업, 취직과 같은 틀에 박힌 프레임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이미 하나로 연결된 세계를 중심으로 시야를 넓히고, 편협한 사고에 갇히지 않는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또 우리도 구글과 같은 기업을 창업해 많은 이들에게 좋은 직장을 나눠 줄 수 있다는 진취적인 자신감을 품어야 한다. 이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세상을 이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해 나갈 열정이 성공의 관건이다. 남녀노소, 인종, 국경, 문화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각,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인재들의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