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 이웃 구한 '불법체류자' 알리 씨, 국내 거주 길 열린다

입력 2020-04-24 09:57
수정 2020-04-24 10:36

불법체류 신분으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주민들의 대피를 돕다가 중증 화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국적의 노동자 알리(28)에 대해 법무부가 체류자격 변경 절차에 착수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 23일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 중인 알리를 찾아가 체류자격 변경 신청 절차를 안내한 뒤 신청서를 접수했다. 서류 절차가 모두 끝나면 알리는 화상 치료가 끝날 때까지 국내에 머물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서류 검토를 거쳐 현재 불법체류 신분인 알리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회복 시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한 기타(G-1) 비자를 발급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또 알리가 추후 의상자로 지정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알리는 지난달 23일 밤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자신의 원룸 주택 건물에서 불이 나자 건물 외벽을 타고 올라가 이웃을 구조하다 중증 화상을 입었다. 알리의 도움으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10여명이 대피할 수 있었다.

알리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법무부에 불법체류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당초 알리가 내달 1일 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리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청원이 잇따랐다. 이 청원에는 현재 1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LG복지재단은 알리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이 상을 받는 외국인은 2017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니말(41)씨에 이어 두 번째다. 니말씨는 2017년 2월 경북 군위군 고로면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 90대 할머니를 구했다. 니말씨도 불법체류 스리랑카인 가운데 처음으로 영주권을 받은 바 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