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근대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단편소설 ‘운수 좋은 날’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소설 속 등장인물 김첨지는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어렵게 구해오지만 아내는 끝내 숨진 채 발견된다. 1943년 4월 25일,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은 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만 42세의 안타까운 요절이었다.
현진건은 1900년 8월 9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1920년 문예지 《개벽》에 ‘희생화’라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1921년 단편소설 ‘빈처’ ‘술 권하는 사회’ 등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대표작인 ‘운수 좋은 날’은 1924년 《개벽》에 발표됐다. 사실적인 묘사로 20여 편의 장·단편 소설을 써낸 그는 근대 한국 문학사에서 사실주의 기법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진건은 1921년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에서 언론인으로도 활약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장이던 1936년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1년간 투옥됐다. 1937년 동아일보를 떠난 뒤엔 소설 집필에 집중하다 1943년 결핵으로 숨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