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로나 가려내는 의료탐지견

입력 2020-04-23 18:21
수정 2020-04-24 00:25
개의 후각 능력은 사람보다 1만 배 이상 뛰어나다. 비밀은 콧속의 후각상피와 대뇌의 후각 망울에 있다. 개가 코를 킁킁거리며 들이마신 공기는 콧구멍 속에서 데워지고 습해져 후각상피로 전달된다. 사람의 후각상피 표면적은 3~4㎠이지만 개는 18~150㎠나 된다. 이를 분석하는 후각 망울도 뇌 용적의 0.31%로 사람(0.01%)보다 훨씬 크다.

이 덕분에 수영장 20개 정도의 물에 떨어진 액체 한 방울 농도까지 구별할 수 있다. 영국 연구팀이 특정 액체를 유리통에 떨어뜨린 뒤 같은 냄새의 통을 찾도록 훈련시킨 결과 적중률이 90%를 넘었다. 이런 원리로 사람의 병을 감지하는 개를 의료탐지견이라고 한다.

잘 훈련된 개는 사람의 피부조직을 담은 면봉 같은 샘플에서 병의 냄새를 찾아낸다. 생체화학적 변화로 인한 사람의 몸 냄새도 구분한다. 열이 나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물론이고 말라리아와 파킨슨병, 암 치유까지 돕는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수치가 갑자기 오르거나 떨어지면 의료탐지견이 이를 먼저 감지해 알린다. 전립선암과 방광암 증상을 초기에 탐지하고 미세한 호르몬 변화까지 알아낸다. 주인을 위해 밖으로 나가 도움을 구하거나 의료기구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국 의료진은 지난해 중소형 사냥개인 비글의 코를 통해 폐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폐암 환자의 혈청 냄새를 기억하게 한 뒤 이를 다른 환자의 진단과정에 적용했다. 이로써 폐암의 조기 발견과 자가진단 가능성이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한림대 연구팀이 개의 후각으로 유방암과 대장암을 교차 탐지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영국 연구팀이 개를 이용한 코로나19 탐지 훈련에 착수했다. 런던 위생·열대의학학교의 제임스 로건 교수는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람은 체취가 변하므로 이를 탐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투입된 견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골든 리트리버, 독일 셰퍼드, 보더콜리 등이다. 이들의 임무는 무증상 감염자 선별이라고 한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가축인 개가 이제는 반려동물 차원을 넘어 질병치유에 도움을 주는 시대가 됐다. 학자들은 개를 ‘세상을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코로 읽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참에 냄새를 잘 맡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개코’들도 새롭게 봐야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