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현실화되는 '국민소득 3만달러 붕괴'

입력 2020-04-24 11:11
수정 2020-04-24 13:52

우리나라 성장률이 1분기부터 마이너스를 나타내자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4년만에 2만달러대로 추락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GNI를 구성하는 3가지 요소인 실질 성장률과 물가(GDP 디플레이터), 원화가치가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올해 1인당 GNI 감소를 사실상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실화된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문제는 3만달러도 내주느냐다. 올해 우리나라 실질 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예상치인 -1.2%에 그치고 최근의 환율 수준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1인당 GNI는 지난해보다 2000달러 가량 줄어든 3만달러 언저리에 머물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올해 물가까지 마이너스가 유력한 점을 감안하면 3만달러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년 연속 소득 감소 확정적

24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평균 환율은 꾸준히 올라 최근 1200원선까지 도달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 1165.65원과 비교하면 2.94% 가량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부터 1220원을 웃돌고 있어 연 평균 환율은 당분간 계속 오를 전망이다.

환율이 올라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환산한 소득은 그만큼 쪼그라든다. 이를 상쇄하고도 1인당 GNI가 늘어나려면 실질 성장률과 물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2010년전까지만 해도 연간 실질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대체로 4~5% 선을 웃돌다보니 원화 가치가 웬만큼 하락하더라도 GNI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급기야 성장률이 2%에 머물고 물가, 원화가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영향으로 GNI가 감소세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7년 3만1734달러로 처음 3만달러를 넘은 뒤 이듬해 3만3433달러로 늘었다가 지난해엔 3만2047달러로 줄었다.

◆경기회복 더뎌지면 3만달러선 내줄 듯

올해는 사정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원화가치와 물가는 지난해보다 더 떨어지고 있고 성장률 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낮췄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5%) 피치(-1.2%)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뒷걸음질 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IB)인 노무라는 최악의 경우 -12.2%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외 경제기관 중 그나마 가장 낙관적인 IMF와 피치의 전망대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성장률 전망치가 -1.2%에 그치고 최근 원·달러 환율 수준(1220원)이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가정하에 단순 계산하면 지난해 3만2047달러였던 1인당 GNI는 올해 3만160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물가도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GNI는 이보다 더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물가는 경기 침체와 공공 물가 하락 등의 여파로 0.8% 하락했다. 올해 이정도만 하락한다고 해도 3만달러선은 깨진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저유가까지 겹쳐 물가 하락폭이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하반기 경기 회복 여부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 19 충격이 완화되면 성장률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하반기까지 수출 부진과 원화가치 약세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3만달러대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