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올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온라인 쇼핑, 웹툰 등 언택트(비대면) 사업들이 버팀목이 돼주면서다. 네이버는 신규 광고 상품 도입 등 신사업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시장 전망치 웃도는 실적
네이버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7321억원, 영업이익은 221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7.4% 증가한 수치다. 증권가의 전망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한 수준, 영업이익은 10% 이상 웃도는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네이버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매출이 감소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1분기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16.2% 감소했다.
1분기 네이버 실적을 견인한 것은 비대면 사업이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온라인 쇼핑이 늘었다. 1분기 네이버의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작년 동기보다 56% 늘었다. 1월 800만 명 정도였던 구매자 수는 3월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3월에만 스마트스토어 3만7000개가 새로 개설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거래액도 덩달아 증가했다. 1년 전보다 46% 증가하며 5조원을 돌파했다. 결제자 수도 전년 대비 23% 늘어난 1250만 명을 기록했다. 이런 영향으로 스마트스토어와 관련된 비즈니스플랫폼 부문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0% 증가한 7497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페이 성장 등으로 IT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4% 늘어난 1482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서비스 분야도 소비자들의 비대면 선호 덕을 봤다. 1분기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월간사용자(MAU) 수는 6200만 명을 돌파했다. 거래액이 작년보다 60% 이상 늘면서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1분기 콘텐츠 서비스 매출은 1년 전보다 58.0% 증가한 554억원으로 집계됐다.
“비대면에서 성장동력 마련”
네이버는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표는 “코로나19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1분기보다 2분기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신사업 추진과 기존 서비스 강화로 위기를 돌파할 방침이다. 다음달에 ‘스마트 채널’이라는 새로운 광고 상품을 내놓는다. 네이버 모바일의 가장 윗부분인 검색창 바로 아래에 광고 영역을 추가한다. 뉴스 섹션에서 시작해 스포츠 등 다른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쇼핑 부문에서는 쿠팡 등 경쟁업체보다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우선 유명 브랜드가 입점한 ‘브랜드스토어’에서 배송·물류업체와 협업할 계획이다.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LG생활건강은 대한통운과 제휴해 오후 11시30분까지 주문한 상품을 24시간 안에 배송하는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네이버는 오프라인 판매자들이 생방송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금융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다음달에 네이버통장을 출시해 주식과 보험, 예·적금 등 금융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마케팅 수요 감소 측면에선 지금이 위기지만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측면에서 다양한 기회 요인이 있다”며 “비대면 시장에서 새 기회와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