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많은 것을 바꾸고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코리아’ 하면 지정학적 안보 위험, 정권 리스크의 불확실성, 글로벌 스탠더드와 거리가 먼 관행, 전투적 노동운동 등부터 떠올렸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국격(國格)까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외신들이 한국의 잘 짜인 의료시스템, 신속한 진단·방역, 높은 시민의식 등을 앞다퉈 전하면서 한국의 위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제는 선진국들이 한국인의 삶과 생각, 제도와 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K팝 등 한류 붐과는 차원이 다른 변화다.
한국의 바이오·헬스기업들이 각광받는 게 단적인 예다. 세계적 스타가 된 진단키트 업체들을 비롯해 인공호흡기 등 의료기기, 의약품 원료, 임상시험 수탁, 코로나 치료제 생산, 원격의료 등에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의료·바이오는 선진국 기업들이 높은 진입장벽을 구축한 분야여서 더욱 고무적이다. 코로나가 이 견고한 ‘성벽’에 균열을 만들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이 줄줄이 셧다운돼 생긴 공간을 안정적 공급능력에 기술까지 갖춘 한국 기업들이 꿰차고 있다. 글로벌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할 호기를 맞은 것이다.
글로벌 산업판도 재편까지 고려할 때 한국 기업에 진입기회가 열릴 분야는 수두룩하다. 급속한 온라인·디지털 전환은 기술 활용능력이 뛰어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들에도 새로운 성장과 글로벌 분업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중국의 추격에 고전해온 주력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위기를 버텨내는 게 급선무이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급기지인 점이 확인돼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상이 부쩍 높아진 덕이다. 글로벌 기업들 간의 합종연횡, 기업 매물이 쏟아지는 것도 우리에게는 기회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 살리기와 함께 진정한 혁신성장에 승부를 걸 때다. 혁신의 주체는 기업이고, 기업이 맘껏 뛰게 하는 게 혁신성장의 요체다. 정부와 여당이 총 240조원의 위기극복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는 것과 함께 ‘코로나 이후’를 겨냥해 반기업 정서를 싹 걷어내고 산업전략과 기업정책을 전면 쇄신한다면 승산이 있다.
무엇보다 족쇄 같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인공지능·클라우드 등의 산업화에도 빨리 길을 터줘야 한다. 제조업을 위축시키고 기업 유턴을 가로막는 노동·환경·입지 규제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 혁신을 봉쇄하는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기회에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 경제는 재도약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선진화전략이자 일자리·복지대책이기도 하다. 이런 호기를 허송하면 다시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