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승자는 베트남?

입력 2020-04-28 17:04
수정 2020-04-29 01:59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4일 ‘거대 봉쇄’라는 부제와 함께 세계 경제 전망치를 발표했다. ‘마이너스’ 행렬이 각국의 전망치를 도배한 가운데 베트남만이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를 받았다. 올해 2.7% 성장하고, 2021년엔 7%대로 ‘V’자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예측됐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중 가장 높다. 베트남이 ‘포스트 코로나19’의 승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베트남이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27일 현재 베트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70명이다. 열흘간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사망자도 ‘제로(0)’다. 베트남 정부는 ‘불길’이 어느 정도 잡혔다고 판단해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이던 전국적인 사회적 격리를 23일 대폭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가 거둔 최대 성과로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중단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지난 16일엔 마스크 수출 금지를 해제했다. 최근엔 미국, 러시아,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에 마스크 등 의료장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혼란을 일으켰던 중국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중국 내 3M 공장에서 생산된 마스크가 수출 통제 대상에 묶인 걸 바라만 봐야 했다. 듀폰의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방호복 45만 벌이 미국에 온전히 수출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우리의 친구 베트남”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 역시 공급망 다원화 차원에서 탈(脫)중국을 위해 2435억엔을 배정하면서 235억엔은 동남아 국가로의 이전을 위해 쓰겠다고 발표했다.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자국 기업의 본국 이전(리쇼어링)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대란에 직면해 있다. 한국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스마트팩토리 분야를 활성화해 제조업 해외 이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언제 회복될 것이냐도 중요한 변수다. 베트남으로 유입된 올 1분기 FDI는 전년 대비 6.6% 하락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로는 전년보다 20.9% 줄어들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건설 등 미국이 주도하는 전력산업 인프라 투자의 지연이 불가피해진 게 FDI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베트남 경제 역시 전 세계적인 불황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베트남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다음달부터 주 2일 휴무 등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지방에선 한국계 봉제업체들이 임금을 못 주고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하노이=박동휘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