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코로나19에 선제적 자금 확보 나선 中 화웨이

입력 2020-04-23 11:59
수정 2020-04-23 13:02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23일 20억위안(약 3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국의 압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터넷 전문매체 펑파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만기 5년의 20억위안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금리는 연 2.80~3.40% 수준이다. 이번 채권 발행은 올해 들어 세 번째 이뤄진 것이다. 앞서 화웨이는 지난달 두 차례 각각 20억위안 규모의 채권을 찍었다. 올 들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액은 60억위안(약 1조원)에 이른다.

시장에선 화웨이의 잇따른 채권 발행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화웨이의 자금 사정이 넉넉한 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화웨이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497억3100만위안에 달한다. 최근 3년 동안 화웨이는 매년 1000억위안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왔다.

올 들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충격을 받은 것과는 달리 화웨이는 지난 1분기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1822억위안을 기록했다. 순이익률도 7.3%로 전년 동기의 8.0%보다는 낮았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 정부의 제재가 갈수록 세지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도 언제까지 지속될 지 장담할 수 없어 미리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작년 9월 화웨이는 1988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국 금융시장에서 60억위안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화웨이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본사 및 자회사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화웨이는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면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을 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더라도 우리는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중국 스프레드트럼으로부터 칩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