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아파트를 보유한 1인 및 가족 부동산 법인에 대해 전수 검증에 들어갔다. 고가 아파트를 사고 파는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있는 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미 탈루 혐의가 확인된 27개 부동산 법인 대표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국내에 있는 전체 1인 주주 부동산 법인(2969개)과 가족 부동산 법인(3785개)을 검증 중이라고 23일 발표했다.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해 세운 법인이나 기존 법인 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1인 주주 및 가족 부동산 법인이 대상이다.
국세청은 일단 법인 설립 과정에서 자녀 등에게 편법 증여를 했는 지를 일단 들여다 보고 있다. 또 아파트 구입 자금을 마련하거나 주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했는 지도 검증하고 있다.
이미 1차 검증 과정에서 고의적 탈루 혐의가 발견된 27개 법인의 대표자에 대해선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자녀에게 고가 아파트를 증여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 법인이 9곳이었으며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설립한 부동산 법인이 5곳이었다. 자금 출처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세운 법인(4곳)과 부동산 판매를 위해 설립한 기획부동산 법인(9곳)도 있었다.
국세청은 다른 1인 및 가족 부동산 법인들도 탈세 혐의가 있는 지 추가로 조사 중이다. 앞으로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하기 세운 부동산법인도 개인 다주택자처럼 아파트를 팔 때 생기는 양도차익에 대해 중과세율을 적용하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관계부처에 건의할 방침이다. 일부 고가 아파트 거래에서 부동산 법인이 편법 증여나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법인이 절세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올들어 개인이 법인에 양도한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2018년 9978건이었던 개인과 법인 간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만7893건으로 80% 가량 증가했다. 올들어 3월까지 개인과 법인 거래 건수도 지난해 전체 거래량의 73% 수준인 1만3142건에 달한다. 전체 6754개 법인이 소유 중인 주택 수만 2만1462채다. 1개 법인 당 3.2채를 보유한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동산 법인을 세워 정당하게 세금을 냈으면 문제가 없지만 세금을 탈루하거나 자금 출처를 제대로 증빙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부동산 법인이 세원관리의 사각 지대에 놓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엄격하게 관리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