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개학은 연기되고 기업들은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취소했다.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화상 회의가 일상이 됐다.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을 겪다 보니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각국 정상들의 리더십이 그대로 드러났다. 리더십이 때로는 생명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기업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 앞에서 기업들은 자질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적절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리더십이 등장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는 누가 이런 리더인지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 사전에 가늠할 수 있는 경영학 방법론이 있다. 평가센터(AC) 기법이다. AC는 군대에서 개발된 방법론이다. 전시에 작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장교를 선발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활용돼 왔다. 기업에서도 이를 차용해 리더들의 리더십을 진단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 AC는 실제 조직·기업 상황과 비슷한 모의상황 과제를 리더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행동 및 사고방식을 다수의 전문가가 분석해 개인의 리더십을 진단하는 기법이다. 미리 설정된 위기 상황 속에서 리더로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AC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측정하기 위한 리더십 역량을 들 수 있다. 각 조직의 상황마다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역량은 다르다. 따라서 리더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어야 진단을 위한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둘째로 우리 조직의 상황에 맞는 모의상황 과제를 마련해야 한다. 측정하고자 하는 리더의 모습, 리더십 역량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의상황 과제를 준비해둬야 한다. 최소 2개 이상 복수의 과제를 준비 및 수행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단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분석·관찰해 진단할 수 있는 평가자가 있어야 한다. 조직에서 요구하는 리더십 역량과 모의상황 과제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각각의 상황 속에서 어떤 모습을 확인하면 좋은지에 대해 사전에 훈련된 평가자가 필요하다. 평가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자도 최소 2인 이상으로 구성해 측정한 결과에 대해 토론과 합의를 통해 진단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모의상황에는 정답이 없다. 전문가는 사람마다 리더로서 어떤 기준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지 등 다양한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결과는 리더의 가치관이나 철학에 따라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리더별로 보고서를 작성해 조직 차원에서 제공되는 역량 강화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리더별 강약점을 기반으로 개인 개발 계획을 세워 개인 맞춤형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기업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막연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미리 육성해야 한다.
선우진 < IGM(세계경영연구원)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