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관련 후보물질 등을 보유한 제약주가 잇달아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해져 기대가 높아지긴 했지만 테마만 보고 섣불리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웅은 29.82%(4100원) 오른 1만7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웅은 대웅제약 등을 거느린 대웅그룹 지주회사다.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가 보유한 구충제 성분 물질인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중 효과가 가장 뛰어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오자 주가가 급등했다.
가장 앞서가는 회사는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대웅의 후보 물질은 이보다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의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활성도는 렘데시비르보다 40배 높다. 전상용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웅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니클로사마이드의 약물전달을 돕는 새로운 제형 개발에 성공하는 등 치료 후보물질과 약물전달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주식시장에서는 대웅을 비롯해 관련 치료제·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업체 주가가 번갈아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일 렘데시비르 주원료인 ‘뉴클레오시드’를 생산하는 파미셀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21일에는 동화제약이 보유한 천식 치료제 물질이 코로나19 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쳤다. 2월 이후 코로나19 관련 치료제·백신 개발 소식에 주가가 100% 이상 급등한 제약주는 진원생명과학(230.94%) 등 6개나 된다.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관련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17일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한 범정부 실무추진단을 발족했다.
전문가들은 실제 치료제 개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치료제가 후보물질에 불과한 데다 실제 임상시험이 승인된 경우도 거의 없다”며 “기술력과 상용화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투자나 급등주 매수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