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기부금' 하버드대에 트럼프 "기부제도 뜯어봐야" 압박

입력 2020-04-22 16:14
수정 2020-04-22 16:18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지급된 정부 지원금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버드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지원금을 반납하라고 경고했지만, 하버드대는 '반환 못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하버드는 지원금을 반환하라"면서 "그러지 않을 경우 다른 수단을 찾을 것"이라며 압박했다. 이어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부 지원금은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재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등 취약층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금을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 하버드대가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총 409억 달러(약 50조4050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대학 기부금 중 최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서 "하버드대의 기부금 제도 자체를 한번 점검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앞서 미 교육부는 하버드대가 지난달 발효된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법에 따라 약 900만 달러(약 111억2000만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부자 학교'가 정부 지원금을 챙기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을 제기해 논쟁이 일었다.

하버드대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 직후 성명을 내고 보조금으로 받은 860만 달러(약 106억1000만원)를 계속 보유할 것이며 전액을 학생들의 긴급 재정 지원에 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하버드대가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대출을 받은 것처럼 언급했으나, 하버드대는 PPP가 아니라 고등교육기관 지원금 명목으로 별도의 보조금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자산 16억 달러(약 1조9572억원)의 유명 햄버거 체인인 쉐이크쉑이 1000만 달러의 PPP 대출을 받았다가 논란이 일자 반환키로 한 바 있다. 하버드대까지 비슷한 논란에 휘말리자 미 정부는 대출 자격을 명시한 지침을 내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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