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vs 세단①] SUV-CUV 연합 결국 승?…세단 등 터진 이유

입력 2020-04-23 11:16
수정 2020-04-23 11:18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가 높아지며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차량도 SUV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비슷한듯 다른 SUV와 CUV의 싸움에 되려 세단 시장만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 기아차 셀토스, 한국GM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등이 포진한 소형 SUV 시장이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SUV의 인기가 높아지자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CUV 모델들도 SUV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르노삼성의 '프리미엄 디자인 SUV' XM3가 대표적이다. XM3는 세단과 SUV를 결합한 도심형 CUV에 해당하지만, CUV 인지도가 낮은 국내 시장환경을 감안해 SUV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XM3를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SUV로 소개한 르노삼성의 작전은 적중했다. XM3는 누적계약 2만대를 돌파하며 신차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다만 세단과 SUV를 결합한 만큼 온전한 SUV와는 차이가 발생한다. 도심주행에 초점을 맞췄기에 험로에서 빛을 발하는 사륜구동을 지원하지 않으며 루프랙을 달 수 없다. 세단과 같은 쿠페형 디자인을 채택해 D필러 상단 공간 활용도 불가능하다.


XM3가 처음부터 국내 시장에서 SUV로 마케팅을 했다면 기아차 쏘울은 도심형 CUV를 내세웠다가 SUV로 전향한 경우다. 쏘울은 첫 출시 당시 박스카, CUV로 마케팅에 나섰지만 3세대에 들어 SUV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다만 SUV를 기준으로 따졌을 때 적재공간과 비포장도로 주행 등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SUV와 CUV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목적성으로 꼽을 수 있다. 통상 CUV는 도심주행을 위해 설계가 되지만 SUV는 소형이더라도 비포장도로나 험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 도로 포장이 없거나 돌이 조금 튀더라도 개의치 않고 달릴 수 있는 이유다.

셀토스나 트레일블레이저 등은 사륜구동을 지원하며 험로 주파를 위해 높은 차체 강성을 갖도록 설계됐다. 셀토스에 들어간 전체 강판의 75%는 1mm²당 60kg의 하중을 견디는 고장력 강판으로 구성됐다. 초고장력 강판(1mm²당 100kg의 하중을 견디는 강판) 비중도 45%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전체 강판의 22%에 초고장력 강판보다 강도가 뛰어난 차세대 강판 기가스틸을 사용했다. 고장력 이상 강판 비율은 78%에 달한다. 일반적인 도심주행 상황을 가정하면 명백한 '오버스펙'인데, 바꿔 말하면 도로가 없는 곳에서도 쿵쾅대며 달릴 준비가 됐다는 의미다. 이를 도울 사륜구동 시스템도 적용 가능하다.


SUV와 CUV 사이 판매량 간섭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은 소비자들도 이들의 차이를 인지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XM3는 3월 5581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지만, 소형 SUV들의 판매량을 잠식하지는 못했다. 셀토스의 3월 판매량은 전월대비 증가한 6035대를 기록했고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3187대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심주행에 초점을 맞춘 XM3는 대신 세단 수요를 흡수했다. 르노삼성은 XM3 사전 계약 고객을 분석한 결과 4명 중 1명 꼴인 26.3%가 준중형·중형 세단에서 넘어왔다고 분석했다. 12.8%의 고객은 세단 구입을 고민하다가 XM3를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국산 준중형 세단의 판매량 감소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올해 1분기 아반떼와 K3 판매량은 1만5365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7%(1만1949대) 감소했다. 신형 아반떼 대기수요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감소폭이다. SUV와 CUV 싸움에 세단 등만 터진 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로스오버 모델들은 기존 승용모델의 차체를 높여 SUV와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SUV와 달리 도심주행을 주 목적으로 하기에 다목적성을 만족시기는 어렵다. 용도에 맞는 구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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