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대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타고 있던 승용차를 바다로 추락시킨 5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 아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광주고등법원 제2형사부는 22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박모씨(52)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 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대신 항소신 재판 막바지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인정해 금고형을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박 씨는 2018년 12월31일 밤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의 한 선착장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바다로 추락시켜 차 안에 타고 있던 당시 47살 아내 A 씨를 살해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박 씨 부부는 선착장 경사로에서 차량을 이동하던 중 추락방지용 난간에 충돌했다. 박 씨는 차량 상태를 확인한다며 차량에서 하차했고, 그 사이 차는 경사로를 타로 바다로 추락해 A 씨가 사망했다.
문제는 차량의 상태였다. 바다에서 차량을 인양해 살펴보니 기어는 중립 상에, 페달식인 사이드 브레이크도 감져있지 않았다. 또 조주석 뒤 창문은 7cm 정도 열려 있었다.
정황상 '고의'로 아내만 차에 두고 내려 차량을 추락케 하고, 창문을 열어놔 바닷물이 빨리 차오르게 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박 씨가 사건 발생 전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점 등을 밝혀냈다.
1심 재판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보험금 수령을 위한 단순 도구로 이용한 점, 차가운 바다에서 아내를 고통스럽게 익사하게 한 점 등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실험결과와 증거 등을 살펴보면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살인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판결에 앞서 사건현장을 찾은 재판부는 차 안에서 약간의 움직임만 있더라도 차량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살인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고의적' 살인이 아닌 '실수'로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아내를 죽게 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선착장 경사로는 사고 발생 위험이 높은 곳이므로 박 씨가 고도의 업무상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었다고 보인다"면서 "박 씨가 경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고 기어를 중립상태로 둔 채 차량에서 하차했다"며 이 같이 선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