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허락도 안 했는데…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출범 결정

입력 2020-04-22 11:41
수정 2020-04-22 11:43

총선 참패 수습 방안을 마련 중인 미래통합당이 조기 전당대회 대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기로 결정했다.

통합당은 22일 오전 10시 최고위원회를 열고 다수 의견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심재철 통합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의원총회 이후 한번 더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했다"며 "다수 의견에 따라 김종인 비대위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어제 밤까지 당 소속 제 20대 국회의원과 21대 당선자 등 총 142명을 대상으로 선거 패배를 수습할 지도체제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미 최고위에서는 의견을 모았었다"며 "142명 중 2명이 연락이 되지 않았고, 지금 상황에서 과반이 넘는 의견이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을 했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직을 수락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실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일단 만나 뵙고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아침 C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기 전당대회가 전제된다면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수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의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전권을 가져야만 비대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선을 어떻게 끌고 갈지 준비가 철저히 되지 않고서는 지금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는 올해 말까지 당의 전권을 가져야만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당내에서는 김종인 카드가 전혀 신선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 과정에서 수차례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으로 잘못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도왔으나,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어 이번 총선에선 다시 미래통합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전 위원장은 총선이 끝난 직후 비대위원장 추대설이 나오자 "솔직히 이야기해서 그 당(통합당)에 관심이 없다"고 해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총선 기간 박형준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이 "개헌 저지선이 위태롭다"며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지만 김 전 위원장은 "동정을 받으려는 엄살"이라고 일축해 보수 유권자 결집을 방해했다는 비판도 있다.

총선 당일에는 "통합당이 1당 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선거 결과와 전혀 다른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