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 韓銀 임직원들이 주상영에게 기대하는 것…외풍 차단과 인사적체 해소

입력 2020-04-22 10:18
수정 2020-04-22 10:25

한국은행 신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이 지난 21일 첫 출근을 했다. 한은 임직원들은 이들 가운데 주상영 금통위원(사진)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한은 안팎에서 “주 위원이 청와대의 지목을 받아 금통위원에 임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처럼 힘있는 인사가 금통위원으로 왔기 때문이다.

한은은 무엇보다 주 위원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외풍’을 막아줄 수 있는 인사라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 중 일부는 한은이 주요 통계를 내놓을 때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게 한은 임직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심한 경우 나쁜 경제 지표가 나오면 해당 지표 담당자를 질타하는 ‘윗분들’의 전화가 온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 임직원이 있을 정도다.

한은 임직원들은 주 위원이라면 이런 외부 공격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주 위원이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깊이 관여하면서 여당과 청와대 인사들과 깊은 교감을 나눠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한은 임직원들은 주 위원이 한은의 숙원사업을 공론화하고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도 하고 있다. 한은 숙원사업 중엔 인사적체 해소가 으뜸으로 꼽힌다.

주 위원은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작성한 연구용역보고서에서 한은의 조직과 권한을 개편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 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한 명인 부총재 자리를 두 명으로 늘려 1부총재와 2부총재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은 부총재들의 구체적인 역할도 제안했다. 1부총재는 통화를 담당토록 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소속 위원이 되도록 하고, 2부총재는 금융안정 및 거시건전성담당을 맡아 금융당국과 함께 거시건전성을 분석하고 정책 설계까지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위원은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담당하는 부서인 한은 금융안정국에 권한도 함께 강화해 금융위원회와 함께 거시건전성 정책 설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런 것들은 모두 한은법을 손질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은 임직원들은 주 위원이 권력 실세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내용을 담은 한은법 개정안을 공론화한 뒤 여당과 함께 충분히 국회 통과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 위원 제안대로 부총재 자리가 신설되면 한은은 국장급에서 부총재보급에서 특히 심한 인사적체를 상당부분 해소하고 원활한 인사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한은 임직원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한 명의 부총재가 처리하는 업무가 너무 많다”며 “부총재 한자리를 더 신설하면 관련 업무의 전문성과 신속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