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서울 사업장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층수 제한 등이 대폭 완화된 데다 4·15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일반 재건축 추진이 상당 기간 어려워졌다는 계산에서다.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사들도 속속 가로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2년 도입했다. 주택 20가구 이상이면서 도로로 둘러싸인 노후주택 밀집지역이 대상이다.
공공참여형 사업 문의 잇따라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간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사전의향서를 낸 서울 내 사업장은 총 22개로 집계됐다.
광진구와 영등포구가 각각 4개로 가장 많았고, 마포구(2곳) 서초구(2곳) 관악구(2곳) 구로구(2곳) 등에서도 사업 의사를 밝혔다. 강남구와 금천·노원·송파·양천구에서도 한 곳씩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달 법개정에 따라 신설된 가로주택사업 유형이다. LH와 SH는 주민 협의 등을 거쳐 오는 8월 대상 사업지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LH를 통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한 서울 사업장이 단 세 곳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관심 사업장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8년 2월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지원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사업성이 부족한 단지가 많아 실적이 저조했다. 서울에서 가로주택사업이 추진된 곳은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총 55곳이며 준공된 곳은 천호동 동도연립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지난달부터 공공성 요건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1만㎡로 제한돼 있는 사업 시행 면적이 2만㎡까지 확대된다. 7월 28일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전체 가구 수는 약 250가구에서 500가구로, 층수 제한은 종전 7층에서 15층까지 완화된다.
공공성 요건은 LH나 SH가 공동시행사로 참여하면서 임대주택 10% 등 의무비율을 충족하는 경우다. SH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하려는 곳은 기존에 재건축을 검토했거나 동의율 문제 등으로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많다”며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문의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각 자치구에 따르면 공공참여형 사업과 별도로 서울 내에서 30여 곳이 가로주택사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적극적인 지역은 광진구 자양동과 영등포구 신길동 등이다. 주로 주택 노후도가 높지만 사업성이 낮아 정비사업이 답보상태이거나 지역주택조합이 많은 곳이다.
정부 지원으로 사업 속도 빨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 다른 정비사업 방식에 비해 절차가 간단해 속도가 빠른 게 특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주택사업 조합 설립부터 착공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년 반이다. 전체 건물 3분의 2 이상이 노후 불량주택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이뤄지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로주택은 최근 1년 동안 시행령 및 법개정 등을 통해 수차례 규제가 완화됐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라며 “인허가권자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밀어준다는 게 가로주택사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먹거리가 줄어든 대형 시공사들도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장위 11-2구역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으며, 호반건설도 지난 2월 장위15-1 시공사에 뽑혔다. 두 곳 모두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해제된 지역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특화된 자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