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보증 대출 한도를 늘리면서 외부엔 발표하지 않은 채 협약 은행에만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증 대출에 대한 ‘쏠림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 이상의 수요 폭증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일각에서는 ‘깜깜이’식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제대로 된 수요예측 없이 불어나는 신청액에 맞춰 한도를 뒤늦게 늘리는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은행에만 알린 ‘2조원 증액’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신보)은 최근 은행들에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업무 협약 변경’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17일부터 지신보 특례보증 대출 한도를 기존 3조원에서 5조원으로 2조원 늘린다는 게 골자였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이같이 특례보증 취급 기준을 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내용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 SC제일 부산 경남 대구 전북 광주 제주 수협은행 등에 전달됐다. 지신보 측은 각 은행에 “각 지역 재단과 체결한 위임 협약을 활용해 피해 기업에 원활한 (대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중은행들은 이차보전대출(초저금리 대출) 외에 지신보와의 협약에 따른 보증 대출 신청을 함께 받고 있다.
한도가 늘어난 사실은 막상 대출 수요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관할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행도 이를 별도 공지하지 않았다. 이미 보증 대출 신청이 밀려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더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가 올라와 각 영업점에 방침이 전달됐다”며 “지신보에서 한도를 늘렸다고 알리면 보증 대출의 병목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출 쏠림 여전…“재원 마련 고민해야”
한도가 늘어난 게 별 의미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보증 대출 신청액이 이미 재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신보 보증 대출 신청액은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안다”며 “신청이 계속 늘어나면서 한도를 후행적으로 계속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신보는 보증 대출 한도를 1000억원에서 시작해 1조원, 3조원, 5조원까지 계단식으로 늘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올해 이미 확보한 예산으로 집행하는 것이어서 추가 혈세 투입은 없다”며 “5조원에서 추가로 증액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는 건 보증 대출 편중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각 은행과 기관을 동원해 초저금리 대출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 분산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보증 대출보다 큰 이점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신보 보증 대출은 보증률이 100%다. 시중은행 대출에 비해 신용등급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금리를 낮춰주는 기간도 더 길다. 그 대신 대출을 받기까지 최대 한 달가량 소요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대출 조건이 좋은 보증 대출을 받으려고 한다”며 “한도를 계속 뒤늦게 올릴 것이 아니라 대출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소람/안대규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