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임대 비율 높아지나…한남·성수 '비상'

입력 2020-04-21 17:22
수정 2020-04-22 01:01

서울시가 재개발구역의 임대아파트 의무 비율 상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비율을 종전 최대 15%에서 20%로 조정한 정부 조치의 후속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량으로 여기에 최대 10%포인트를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재개발 지연에 따른 공급 부족을 가져올 수 있어 서울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사업성 하락으로 재개발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또 정비계획을 바꾸는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임대 비율 20→30% 상향할까

서울시 관계자는 21일 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비율 상향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관련 개정안이 고시되면 유관 부서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구역의 임대주택 비율을 종전 최대 15%에서 20%로 상향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재개발은 재건축과 달리 사업을 진행할 때 임대아파트를 의무로 지어야 하는데 이 비율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가 재량으로 정할 수 있는 추가 부과 비율도 기존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올렸다. 서울은 의무 비율이 최대 30%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그동안 임대 비율 상향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자칫 사업을 포기하는 재개발구역이 늘어 장기적인 주택 공급 부족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서울에서 아직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41개 재개발구역(주택정비형 기준)의 정비계획상의 평균 임대 비율은 17%다. 마천3구역은 계획된 2367가구 가운데 20%(480가구)가 임대분으로 배정됐다. 만약 의무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지면 사업성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 늘어난 임대분만큼 일반분양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8월 전까지 임대 비율 조정과 관련한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체적 비율이나 단계별 적용 시점 등 아직 윤곽이 나온 게 없다”며 “사업성과 직결되는 부분인데다 임대주택 의무가 없는 재건축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하락·지연 불가피

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달께 공포된다. 지자체 조례 개정 등을 감안하면 실제 시행은 8월 정도로 예상된다. 임대주택 비율이 상향되더라도 구역별 상황에 맞춰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재개발 사업의 어느 단계부터 임대 비율 상향이 적용되느냐가 가장 큰 관심이다. 사업시행계획인가를 기준으로 임대 비율이 달라지면 아직 관련 인허가를 진행하지 못한 대다수 재개발조합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남뉴타운 2·4·5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1~4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관련 인허가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 분양과 임대 가구 수는 정비계획 단계에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허가나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준비하던 조합들은 사업 첫 단계로 돌아가야 할 수 있다. 한남2구역 조합 관계자는 “이제서야 교통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상태인데 임대 비율 상향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하게 되면 패닉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서울시의 입김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를 돕는 대신 공공건축가를 투입해 정비계획 등에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