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클라인 가방 제조사 '코로나 직격탄'…법정관리행

입력 2020-04-21 17:21
수정 2020-04-22 01:16
국내 20~30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미국 앤클라인 가방 제조업체가 법인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회사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신청 사유로 밝혔다.

2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성창인터패션은 지난 17일 법인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20일 채무자 기업의 자산을 보전하고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앞으로 심문절차 등을 거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회사 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키코 손실 등으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매출 급락으로 유동성이 더욱 악화돼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성창인터패션은 1990년 고급 가죽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였던 영창실업의 자회사로 출발했다. 2002년 미국 브랜드 앤클라인의 의류 및 잡화류에 대한 국내 영업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확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3년 뒤엔 세컨드브랜드인 AK앤클라인을 선보이는 등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영업을 확대했다. 롯데와 현대,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에 입점하며 유통망도 확충했다. 그러나 앤클라인 본사의 브랜드 통합 방침에 따라 수익 창출원이었던 AK앤클라인 브랜드 영업을 중단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경영난을 겪다 결국 2017년엔 앤클라인 의류사업 부문을 은산유통에 넘겼다.

지난해 매출은 2018년(287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31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작년 말 기준 부채는 239억원이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행·숙박업 못지않게 패션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성창인터패션은 소비심리 위축과 해외 의존도가 높은 OEM 사업의 한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