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 시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독설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확한 상태가 파악되지 않으면서 현재 금융 시장은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태다.
21일 오후 1시4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82포인트(1.57%) 내린 1868.54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간밤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0.44%의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CNN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한때 2.99%까지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도 5.61%까지 폭락한 이후 1.78%로 낙폭을 줄였다.
CNN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여서다. 중국 공산당 관계자도 로이터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이 현재 위독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소폭 상승해 거래를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도 장중 18원 이상 뛰어올랐다. 현재는 13.9원 오른 1234.60원을 기록하고 있다.
◆ "불확실성이 문제"
증시 전문가들은 보도의 진위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김정은 의원장의 신변과 관련해서는 그간 많은 오보가 나왔었다"며 "사실 확인 전까지 악재도 호재도 아닌 뉴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위험(리스크)은 당분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이자 악재"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김정은 위원장의 위독설이 더해져 시장이 불확실성에 빠졌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주식과 원자재 등 위험자산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독설이 사실이라면 증시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1900선으로 단기 급반등한 상황에 지정학적 위험(리스크)가 불거졌다"며 "추가적인 위험 상황이 더 발생하면 증시는 추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본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리더십이 붕괴된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했다"며 "미국과 프랑스의 항공모함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해 군인들이 내리고 있는 등 김정은 이슈는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코로나19에 따른 대규모 사망자 발생 등으로 다른 이슈를 돌볼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과거 북한발 이슈의 영향력은 하루짜리였다"며 "헤프닝에 그친다면 코스피는 다시 1900선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선희/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