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 초선 비율이 16년 만에 절반을 넘으면서 정치권 내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초선들의 개혁 성향이 국회 쇄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의정 경험이 부족한 점을 고려했을 때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에선 청와대 출신이나 현 정부의 후광을 입은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국회 내 ‘메기’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해진 ‘초선 입김’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5 총선 당선자 300명 중 151명(50.3%)이 초선이다. 17대 국회(188명) 이후 가장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선자 163명 중 68명이, 미래통합당은 84명 중 40명이 국회에 처음 입성한다.
여야는 각자의 ‘텃밭’에서 초선 당선자를 특히 많이 배출했다. 민주당이 ‘싹쓸이’한 광주·전남 지역은 당선자 18명 가운데 13명(72%)이 초선이다. 20대 총선 때 9명(44%)보다 크게 늘었다. 통합당도 대구·경북 당선자 25명 중 13명(52%)을 초선으로 채웠다. 3선 이상 중진 당선자는 대구가 3명, 경북은 아예 없다. 통합당 쇄신 차원의 공천 ‘물갈이’가 TK 현역에 집중됐던 여파가 컸다.
낡은 정치 바뀔까
초선만으로 구성된 정당까지 등장하면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범여권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당선자 17명 전부가, 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정운천 의원을 제외한 당선자 18명이 모두 초선이다. ‘초선 정당’들이 각 진영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내면서 고착화된 정치 구도를 깨고 활력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초선을 국회로 보낸 이유는 의정문화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기득권화된 다선 대신 새 인물이 수혈된 것이라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판사 출신인 이수진 당선자와 이탄희 당선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들이 초선 대변인 이상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합당에선 《검사내전》 저자로 유명한 김웅 당선자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당선자, 통계청장 출신인 유경준 당선자 등이 주목할 만한 초선으로 꼽힌다.
‘초선 리스크’도 거론
반면 정치 경험이 부족한 초선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권 전체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17대 국회 때 벌어졌던 ‘108번뇌’ 문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8번뇌’라는 말은 당시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의 초선 108명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며 국회 내 혼란을 야기했던 것을 비꼰 말이다.
일각에선 21대 당선자의 특성상 초선의 존재감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여권은 초선 당선자 중 상당수가 청와대 출신 등 현 정부에 몸담았거나 협업한 사람들이라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정태호·윤영찬·이용선 당선자 등 청와대 출신만 민주당 초선 68명 중 16명(23.5%)이나 된다.
이외에도 ‘조국 수호’로 이름이 알려진 김남국·김용민 당선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활동한 조오섭·이용빈·문진석 당선자 등 청와대나 현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사가 많다. 운동권 출신 초선도 15명으로 경제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낮을 거란 우려도 있다.
고은이/조미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