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은 대형 변전소 주변에 낡은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낙후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개발을 통한 대규모 신축 아파트 건립이 잇따르면서 서울 서북권 개발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수색증산뉴타운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증산2구역 입주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수억원씩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마포구 상암동 집값을 이미 넘어섰다. 상암동 DMC업무지구 등 배후 수요가 탄탄한 데다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 등 호재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주권 매수 문의 잇따라”
20일 증산동 일대 중개업소와 증산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GS건설은 오는 7월 증산동 213의 20 일대에 지하 3층~지상 30층 14개 동 규모의 자이 아파트 총 1388가구(전용면적 55~84㎡) 중 460여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연기됐다.
현장에선 이 단지 조합원 입주권에 최대 3억원가량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4억2000만원인 전용 59㎡ 입주권 시세는 6억8000만~6억9000만원이다. 전용 84㎡도 평균 조합원 분양가(5억4000만원)보다 3억원가량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입주권을 구입하면 추후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입주권 매물은 몇 개 안 되는데 매수 문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며 “주변 신축 시세가 10억~12억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분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증산2구역 조합은 최근 3.3㎡당 일반분양가를 2145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확정될 경우 면적별로 59㎡가 5억원대, 84㎡가 7억원대에 분양되는 셈이다. 시장에선 당첨되면 현재 시세와 비교해 4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볼 수 있어 ‘로또 분양’이 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청약 경쟁률이 최소 100 대 1은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앞서 2018년 12월 분양된 수색동 ‘DMC SK뷰’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91 대 1에 달했다.
상암동 아파트값 넘어서
미디어·정보기술(IT) 기업 등이 밀집한 상암동 DMC업무지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수색증산뉴타운에는 총 79만3028㎡ 부지에 10개 단지, 총 3만여 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철 6호선·경의중앙선·공항철도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과 가까운 데다 경기 부천시 원종동과 서울 홍대입구를 연결하는 수도권 서부광역철도 개통이 예정돼 있다.
서울시와 코레일이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수색교에 이르는 32만㎡가량을 상업·문화·업무시설로 개발하는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것도 호재다. 특히 증산2구역은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가장 가깝고 증산초·중 등이 단지와 인접해 수색증산뉴타운의 대장 아파트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색역세권 개발은 장기간 지연됐지만 사업을 위한 철도부지 등 이전 협의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은평구에 있지만 사실상 마포 생활권이라는 평가를 받는 수색증산뉴타운 아파트 시세는 상암동을 추월하고 있다. 첫 분양 단지로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수색4구역 ‘DMC롯데캐슬더퍼스트’ 전용 84㎡ 입주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은 지난달 12일 11억469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15년이 넘은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7단지 84㎡는 같은달 6일 9억5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수색9구역 ‘DMC SK뷰’는 전용 59㎡와 84㎡ 호가가 각각 10억원, 12억원에 형성돼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색역은 향후 남북 교류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불광천, 봉산자연공원 등 환경도 쾌적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더라도 수색증산뉴타운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