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운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한다. ELS 운용위험 회피를 위해 사놓는 헤지자산에서 외화자산 비중을 높이고, 상시감시를 위한 업무보고서도 더욱 구체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중순 ‘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사태’로 단기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혼란에 빠진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ELS 운용상 위험관리 및 상시감시 강화를 골자로 하는 ‘ELS 마진콜 재발방지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지난달부터 ELS 마진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72조원(미상환 잔액 기준)가량 발행된 ELS는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금융상품이자 자금조달 창구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ELS 기초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 등이 급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대형증권사들이 ELS 운용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들인 해외 파생상품에서 추가 증거금 요구가 하루에 수조원씩 들어온 것이다. 증권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각종 채권은 물론 기업어음(CP) 등을 마구 찍어내 파는 방식으로 급히 실탄 마련에 나섰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CP 금리가 불과 1주일 새 1%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단기금융시장 교란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증거금을 달러로 납입하기 위해 원화 자산을 대거 팔아치워 달러로 바꾸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도 이상 조짐을 보였다. 자금조달 여건이 갑자기 악화된 증권업계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단기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증권사가 망하는 ‘흑자도산’이 나올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증권업계의 ELS발(發) 흑자도산 공포는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유동성 공급 등 대책을 내놓고, 해외 기초지수 반등으로 증거금이 일부 환입되자 잦아들었다.
최근엔 코로나19로 부동산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발행한 13조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3개월마다 롤오버(차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ABCP가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증권사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자체헤지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섰다. 헤지자산 요건과 유동성 관리체계, 상품구조 다양화 등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파생상품 증거금은 달러로 거래되는데 증권사가 운용하는 헤지자산은 대부분 원화 채권이라 이번처럼 대규모 마진콜이 발생하면 단기금융·외환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며 “애초에 헤지자산에서 외화자산 비중을 높여 위기 시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LS와 파생결합증권(DLS) 등 헤지운용과 관련한 상시감시 강화를 위해 업무보고서 작성기준을 더 상세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증권사들이 금감원에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업무보고서에 외화증거금 현황 등의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동안 금감원은 각 증권사의 자체헤지 규모와 지수 급락 시 예상되는 마진콜 규모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