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엔 역시 바이오株"…장외주식도 쓸어담는 개미들

입력 2020-04-20 17:17
수정 2020-10-15 15:5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장외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로 장외기업의 기업공개(IPO)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우려되지만 ‘대박’ 기대가 높은 바이오 기업을 중심으로 거래가 오히려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장외주식시장인 K-OTC의 올해 거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개인 간 암암리에 이뤄지는 비공식 장외주식 거래도 매매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특수 노린 장외 개미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OTC 시장에 등록된 오상헬스케어 장외주식 가격(가중평균주가)은 이날 30% 급등해 1만6250원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가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사용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세가 쏠렸다. 연초 오상헬스케어 장외 주가는 4375원에 출발했다. 이후 약 110일 동안 271% 상승했다. 오상헬스케어는 지난 9일 1만원을 돌파한 뒤 수직상승하고 있다.

올해 장외주식 거래는 한 해 전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올 들어 K-OTC 거래대금은 3035억원(20일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33억원보다 65.6% 증가한 규모다.

현대그룹 대북 사업을 하는 현대아산과 가죽 패션업체 끄렘드라끄렘 등을 제외하고는 바이오 및 의료기기 업체들이 거래 상위권을 휩쓸었다. 비보존 와이디생명과학 오상헬스케어 아리바이오 메디포럼 삼성메디슨 서울바이오시스 메가젠임플란트 등이 대표적이다.

‘38커뮤니케이션’ ‘피스탁’ 등 장외주식 사이트도 이용자들로 활발하다. 하루에만 수십 개의 매수·매도 글이 게재되고 있다. “빅히트 주식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의 문의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증시 ‘동학개미운동’ 열풍과 함께 장외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내딛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외시장 관계자는 “K-OTC 시장에는 종목이 많지 않아 주식사이트에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진다”며 “거래 특성상 공식적인 집계는 불가능하지만 장외 증시 규모는 5조~10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증권사들, 장외주 거래 서비스 강화

장외시장에서 코로나19는 위기이자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외기업 실적에 직격탄이 우려되지만 반대로 코로나19 관련 바이오 기업에 대한 대박 기대를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경협 등 각종 테마주도 관심을 받고 있다. 현대아산은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4·13 총선 이후 급등세다. 지난 13일 1만6850원이었던 주가는 나흘 만에 2만3150원으로 37.4% 급증했다.

남상우 유안타증권 리테일금융팀장은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 2010년 게임, 2015년 화장품 등 장외주식에도 유행이 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주춤했던 바이오 종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연내 IPO가 불투명한 곳이 많지만 IPO 기대가 높은 기업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장외주식으로 ‘대박’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쪽박’을 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한다. 컬러강판 생산업체인 아주엠씨엠 장외 주가는 작년 6월 1만5000원 수준이었지만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1705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또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몇몇 증권사는 장외주식 거래의 안전성을 높여주면서 1%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장외주식 투자자를 위한 맞춤 서비스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기업 기술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디앤비와 유망 비상장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난 14일 내놨다.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업체 두나무는 삼성증권과 손잡고 작년 11월 비상장 주식 통합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선보였다. 매물 등록부터 매매 거래까지 4000여 종의 국내 비상장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