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 운영비를 횡령하고 학부모를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종선(54) 전 고교축구연맹 회장이 자신의 의혹과 관련해 "부정입학을 안 시켜줘서 만들어낸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뻔뻔한 거짓말"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 전 회장 변호인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유사 강간·업무상 횡령 등 사건 1회 공판에서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횡령과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정 전 회장은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범의(범행의도)도 없었다"고 했으며 성폭행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방어했다. 혐의는 물론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취지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정 전 회장도 발언기회를 얻어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의혹에서 시작된 인지 수사로 1년 넘게 조사받았다"며 "처음에는 부정청탁금지법 위반과 대학 부정 입학에 대해 조사받았고 횡령, 갑질, 그 다음에 성추행이 나오더니 성폭력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학부모가 자기 자식의 부정 입학을 요구했으나 내가 들어주지 않아 조작된 사건"이라며 "2016년 성추행 피해자는 1학년생의 부모로 한 번도 대화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성범죄 피해자 측은 재판 후 정 전 회장의 발언을 반박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피해자가 총 3명인데 공소시효의 문제가 있어서 한명만 공소장에 들어갔다"며 "3명이 피해 패턴이나 방식, 장소, 행위 등이 굉장히 유사해 다른 피해자들도 증인으로 법정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이 두 분이 학부모라는 걸 본인이 알고 누구 엄마라고 부르면서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다니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범죄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유체 이탈 화법을 쓰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2015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서울 언남고 감독시절 학부모들로부터 축구부 운영비 등 명목으로 총 149회에 걸쳐 약 2억2300만원 상당의 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6년 2월~4월 학부모를 2회 강제추행하고 1회 유사강간한 혐의도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