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글로벌 연구개발(R&D)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바이오벤처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한 뒤 R&D 역량을 발휘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전략이 통하면서다. 제약 영업력으로 시장을 주도하던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으로 신약 개발사로 탈바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한양행은 20일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을 통해 지금까지 1650억원의 계약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반환 의무가 없는 초기 계약금과 개발 단계마다 받는 마일스톤 일부를 포함한 금액이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레이저티닙의 기술료 3500만달러(약 427억원)를 최근 수령했다. 기술수출 이후 받은 첫 기술료다.
유한양행은 2018년 7월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 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을 2억1815만달러에 기술수출한 이후 총 4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레이저티닙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12억5500만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후보물질 두 개를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베링거인겔하임에 넘겼다. 총 계약금액은 각각 7억8500만달러와 8억700만달러였다. 총 4건의 기술수출 규모는 3조8194억원에 이른다.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YH25724는 비임상 독성시험을 완료해 계약금 잔금인 1000만달러를 받았다. 지난해 7월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4000만달러 중 1000만달러는 비임상 독성시험 완료 후 수령하게 돼 있었다. 이는 양사가 개발 중인 YH25724의 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한양행은 미국 얀센바이오텍에 기술수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개발 성과(마일스톤)를 달성해 기술료 3500만달러 수령도 확정됐다. YH25724는 비임상 독성시험을 완료하면서 연내 임상 진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유한양행의 연이은 기술수출 및 기술료 수령이 R&D 선순환과 오픈 이노베이션의 모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기술수출 수익을 올린 유한양행은 올해도 얀센에서 레이저티닙 1차 마일스톤과 베링거인겔하임에서 YH25724의 계약 잔금 등 4500만달러의 기술료 수익을 확보했다. 추가적인 임상 진입 등 개발 진전에 따라 올해 연간 라이선스 수익은 7000만~8000만달러(약 860억~98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한양행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도입한 것은 이정희 사장이 취임한 2015년이다. 지금까지 25개 바이오기업에 총 2000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투자법인을 관리하는 글로벌OPS(오퍼레이션)팀, 바이오기업 발굴 등의 업무를 하는 글로벌BD팀 등을 신설해 글로벌 R&D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