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아베 대신 손정의에게 도움 요청하는 日 지자체들

입력 2020-04-20 14:09
수정 2020-07-19 05:42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에 일본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대신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잇따라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지난 18일 손 회장은 "의료용 안면 보호대와 의료용 안경을 어쩌면 10만개 단위로 긴급 입수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누가 어느 정도 부족한지 알고 있는 사람 있느냐, 의료용 마스크 N95 등도 다음 달에 조달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이에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가 "아무쪼록 오사카부가 매입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고 트위터로 부탁했다. 손 회장은 곧바로 "알겠다. 무사히 의료용 마스크, 안면 보호대 등이 입하되면 조속히 대응하겠다"며 "함께 코로나19와의 싸움에 힘을 내자"고 화답했다.

이어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도 의료용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트위터로 부탁했고 손 회장은 의료용 N95 마스크, 수술용 마스크, 의료용 안경, 안면 보호대 등 이익을 남기지 않고 제공하겠다고 답했다. 또 다카시마 소이치로 후쿠오카 시장 역시 안면 보호대를 달라고 손 회장에게 요청했다.

손 회장의 움직임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마스크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천 마스크를 가구당 2장씩 배포하는 계획을 강행해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라는 비아냥거림을 당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는 사뭇 대비된다.

앞서 손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일본 정부를 돕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일본 당국은 손 회장의 뜻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손 회장은 19일 "소독액도 대량으로 입수 가능하지만 일본의 인허가 절차에 1년 정도 걸릴 듯해 입하가 불가능하다. 매우 안타깝다"며 "그것들은 모두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로 간다"고 트위터에 썼다.

손 회장은 인허가 문제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앞서 마스크를 대량 수입해 의료기관 등에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할 사회적 지원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절차상 일본 반입이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일본 당국의 대응과 관련해선 "검사도 늦고 격리도 늦고 엉거주춤한 긴급사태 선언으로는 오래 끌 뿐"이라며 "감춰진 양성인 사람들이 지금도 전국에서 전차나 버스로 통근하거나 가족에게까지 감염을 확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20일 전국 여론조사(18~19일)에서 코로나19에 관한 아베 내각의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의 비율이 53%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의 39%를 대폭 웃돌았다고 전했다.

이는 3월14~15일 실시한 전번 조사 때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에 대해 49%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45%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역전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여론 악화를 배경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도 떨어졌다. 전번 43%에서 2% 포인트 내려간 41%로 나타났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반영됐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