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코 예전의 근무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제러드 스파타로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회사에서 하는 엄청난 수의 미팅이 실제론 이메일로 충분하다는 게 밝혀졌다.”(캐서린 맨구워드 리즌매거진 편집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인사제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직원 근무 형태와 관련해선 ‘재택근무 확산’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페이스북 네이버 등 국내외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3월부터 재택근무 실험을 시작했다. 시행 초기 쏟아졌던 걱정과 달리 현재 반응은 긍정적이다. 교육전문업체 휴넷이 직장인 636명을 대상으로 지난 10~14일 설문한 결과 재택근무 경험자의 83.7%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답했다. 프랜시스 캔드론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는 “많은 관리자가 집에서도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재택근무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하면 인사제도와 기업 문화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우선 성과평가 시스템이 더 객관적이고 세밀하게 바뀔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떨어져 근무해야 하는 재택근무의 특성 때문이다. 개별 직원에 대한 직무 할당이 명확해야 하고, 직원도 자신의 성과를 명확하고 세세하게 상사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회사는 직원에게 개인의 목표를 정확히 정해줘야 하고 직원 역시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재택근무는 꼼꼼한 평가 시스템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반기나 1년 기준으로 시행되던 성과평가 주기가 짧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인력 관리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회사 입장에선 성과 통보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성과평가를 확인함으로써 성취감을 느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채용 과정에서 비대면 면접이 일상화하면서 전문성 요구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업무에 대한 열정과 인간관계 등을 원격 면접에서 파악하기 힘든 만큼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에 채용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얘기다. 산업계에선 대규모 공개채용보다는 소수 인원을 수시로 뽑는 경력직 채용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결 과제도 적지 않다. 모여서 일할 때보다 협업이 느슨해질 가능성이 있고 외로움을 느끼는 직원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업의 우려도 크다. 한 대기업 경제연구소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택근무가 전격 도입되면 임직원의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경영효율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그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재택근무 확대 때 뒤따르는 보안 강화, 클라우드 확장 관련 비용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한 정보기술(IT) 대기업은 원격 업무 시스템의 과부하 문제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재택근무 대상자를 임산부로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