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국내 개막전 자체 개최라는 ‘통 큰 결정’에 골프계가 반색하고 있다. 역대 최고 상금인 23억원을 푸는 ‘KLPGA판(版) 양적완화’ 정책이 골프대회 후원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모양새다.
KLPGA투어는 다음달 14일부터 나흘 동안 협회 자체 기금 23억원을 들여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을 열 계획이다. 대회장은 경기 양주에 있는 레이크우드CC다. 작년 12월 열린 효성챔피언십 이후 5개월 만에 대회가 재개되는 셈이다.
KLPGA 챔피언십은 이달 30일부터 나흘간 크리스F&C 주최로 치를 예정이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한 대회다. 한 KLPGA 프로 선수는 “경기에 굶주린 선수들이 모두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출전 선수 144명에게 모두 상금이 돌아가게 한 협회의 판단도 옳다고 본다”고 평했다.
KLPGA는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인 지난 3월 이후 8개 대회를 취소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었지만 후원사들의 ‘대탈출’은 멈추지 않았다. 프로야구 등 프로 스포츠 개막이 미뤄진 데다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회를 열었다가는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섣불리 대회를 개최했다가 비판받을 바엔 대회를 열지 말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강했다”며 “졸지에 개막전이 된 대회와 후원사들의 부담을 덜어준 이번 KLPGA 결정은 기대 이상의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협회가 선수와 골프 생태계를 위해 사상 최대 상금을 내놓으며 개막전이라는 총대를 메기 때문에 후원사들도 대회 취소로만 일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낙관적인 기대를 경계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 대회 이후 투어가 정상화될지는 코로나19가 어느 정도로 누그러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는 “금융사는 신뢰가 기본인데 대회를 열었다가 코로나19 환자라도 발생하면 회사는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받는다”며 “코로나19 종식 여부가 대회 개최 판단에 가장 민감하고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