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페이·스마일카드…어? 금융사 이름은 없네

입력 2020-04-20 17:51
수정 2020-04-21 01:29
금융권이 ‘플랫폼 렌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사 이름은 숨기고 제휴 업체를 앞세우는 게 핵심이다. 은행이 치킨 프랜차이즈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주고, 카드회사가 핀테크 업체의 카드를 발행하는 등 방식은 다양하다. 금융 이외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BBQ페이’ 출시하는 국민은행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달 ‘BBQ페이’를 출시한다. BBQ페이는 치킨 프랜차이즈 BBQ의 자체 앱에서 구동되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사용 방식은 일반 간편결제와 비슷하다. 사전 등록한 비밀번호 여섯 자리만 누르면 선택한 계좌에서 결제액만큼 차감된다. 오픈뱅킹 덕분에 국민은행뿐 아니라 국내 16개 은행 계좌 연동이 가능하다.

BBQ페이의 핵심은 ‘직거래’다. 소비자가 배달앱으로 주문할 때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높은 수수료를 덜어주자는 취지다. 국민은행은 가맹점주로부터 BBQ페이 결제건당 주문금액의 0.5%를 수수료로 받는다는 계획이다. 최대 8%에 달하는 배달앱 수수료는 물론 2% 안팎의 카드 결제 수수료보다 낮다. 소비자가 배달앱으로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1만8000원)를 주문하면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최대 1440원이지만 BBQ페이로 주문하면 90원에 불과하다. 수수료 상한선도 책정해 8만원 이상 결제할 땐 금액과 상관없이 수수료가 400원으로 고정된다.

BBQ페이는 ‘KB스타플랫폼’을 활용했다. KB스타플랫폼은 국민은행이 구축한 간편결제 플랫폼 원형에 기업의 이름을 넣어 새로운 ‘페이’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대신 결제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다음달 전통시장 음식 배달앱인 ‘놀장’과 제휴한 서비스도 출시한다. 지난 6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하림그룹에도 이 플랫폼을 활용한다.

금융플랫폼 렌털 사업 왜 뛰어드나

이 플랫폼은 ‘상업자표시결제(PLP)’ 서비스다. 기업에 제공한 플랫폼이 바로 소비자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기업 간 거래(B2B)를 넘어선 기업·기업·소비자 간(B2B2C) 사업이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가 신라면세점과 제휴해 자사의 스마일페이 시스템을 적용한 ‘신라페이’를 구축하며 PLP의 포문을 열었다.

신용카드 시장에도 비슷한 형태의 렌털 사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때마다 큰 인기를 끄는 상업자표시카드(PLCC)가 대표적이다. 현대카드가 발행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카드는 출시 2년여 만에 77만 장이 팔렸다. 하나카드가 발행 업무를 맡은 토스카드도 한 달간 사전예약만 20만 장을 넘어섰다. 제휴 업체가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만큼 해당 브랜드의 맞춤형 혜택을 제공하는 게 인기 비결이다.

사회공헌 차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국민은행은 ‘착한 페이’가 목표다. 논란이 커진 배달앱 수수료 문제가 기폭제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일반 기업들이 비용과 기술력의 한계로 편리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이 편리한 배달앱을 찾게 돼 결국 피해가 영세 가맹점주에게 돌아간다고 판단했다.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은행이 저렴하게 플랫폼을 배포해 이런 악순환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이우열 국민은행 IT그룹 대표는 “디지털 세상에선 혼자 다 가져가는 것보다 지금의 반만 가져가더라도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