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에 대해 기업 경영진과 외부감사인(회계법인)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회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은 내부 감사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김재윤 감사위원회포럼 대표(삼일회계법인 파트너·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기업의 감사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감사위원회는 회사의 업무감독과 회계감독권을 보유한 이사회 내의 위원회다.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2조원 미만의 경우엔 사내 감사를 둬야 한다.
김 대표는 “그동안 회계부정 발생 시 경영진과 외부감사인이 제재를 받아왔지만 회계 스캔들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며 “도둑을 잡기 위해 경찰을 늘리는 것보다 도둑이 들지 않도록 집안의 보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듯이 회계부정 역시 내부 통제 시스템을 우선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위원회가 기업 내부 통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사위원회는 회사 재무제표와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업무를 총괄 평가하는 ‘감독관’이란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따라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감사위원 또는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반복했다.
특히 감사위원회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선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감사위원회를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 회사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에 경영진이 동의하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논의가 훨씬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회사 내 지원 조직을 구축하고 내부감사책임자의 임명동의권 등과 같은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조언이다.
앞으로 김 대표는 감사위원회포럼을 통해 감사, 감사위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지원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감독당국, 투자자, 경영진, 외부감사인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교류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감사 및 감사위원 후보자 정보를 수집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물을 추천하는 ‘감사인력 뱅크’를 추진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포럼은 기업의 감사와 감사위원의 전문성 제고를 돕기 위해 2018년 말 4대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이 사회공헌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4대 회계법인이 협업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았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