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과학기술 발명품의 권리인 특허, 소프트웨어(SW) 저작권 등 지식재산 행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허청 관계자는 17일 “인공지능(AI) 기술 융복합시대를 맞아 SW 등 창의적인 과학기술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선 ‘지식재산혁신청’으로 기관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저작권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절대 안 된다”고 반박했다. 명칭 변경을 위해선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외청인 특허청은 (기술)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등을 심사해 권리를 부여한다. 최근엔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워크스루 장비를 개발한 고려기연에 대해 해외 특허출원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 지식재산 관련 업무가 뿔뿔이 흩어져 있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은 특허청이, 저작권은 문체부가 관장한다. 지식재산기본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다. 이 같은 구조는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권리분쟁이 있을 때마다 혼란이 빚어진다. 상표권과 저작권 위반이 혼재된 사안에 대해선 특허청과 문체부 특별사법경찰 조사를 따로 받기가 일쑤다.
이모티콘 등 신기술, 캐릭터 권리 등록도 혼선이 많다. 캐릭터 자체는 ‘아이디어 창작물’로 저작권 등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로 구현된 제품에 대해선 따로 디자인 등록을 한다. 반면 이모티콘은 디자인 등록만 해도 된다. 상표와 디자인은 권리 검색이 쉽다. 그러나 저작권은 법적 체계가 복잡해 소송으로 구체화되지 않는 한 침해사실을 인지하기가 어렵다.
‘특별히 허락한다(특허)’는 권위주의적 일본식 단어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특허’란 말은 112년 전인 1908년 처음 생겼다.
문체부 측은 “기술 특허와 저작권 개념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저작권 가운데 정보기술(IT)과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개발한 컴퓨터프로그램(소프트웨어 및 데이터베이스) 비중이 늘어나면서 특허와 구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저작권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음악 미술 사진 영상 등 11개 저작물 등록 건수 4만3739건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컴퓨터프로그램(1만6210건)이다. 저작권 시장 가운데서도 컴퓨터프로그램 비중이 가장 높다. 가장 최근 지표인 2017년 저작권 매출 166조7733억원 가운데 컴퓨터프로그램 매출이 80조8452억원으로 절반가량(48%)이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와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캐나다 등은 특허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지식재산으로 묶어 함께 관리한다.
지식재산혁신청으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특허청 주장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월권”이라며 “굳이 바꾸고 싶으면 산업재산청으로 바꾸라”고 응수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