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후보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중증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식 임상시험 데이터가 아닌 데다 국제학술지에 발표되지도 않았지만 치료제로서의 성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 회사 주식이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의료전문지 스탯은 17일 시카고대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주사했더니 발열과 호흡곤란 증세가 빠르게 호전됐다고 보도했다. 길리어드는 세계 병원·연구소 등 152곳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 2400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3상시험을 하고 있다. 시카고대병원은 이 임상시험에 참여한 의료기관 중 하나다.
스탯에 따르면 시카고대병원에서 이뤄진 렘데시비르 임상 3상에는 중증 환자 123명 등 125명이 참여했다. 렘데시비르를 주사한 환자는 고열 등의 증상이 빠르게 호전됐다. 환자 대부분이 6일 안에 퇴원했다. 코로나19 증상이 10일 넘게 이어진 환자는 3명, 사망자는 2명이었다.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약물이다. 임상 2상까지 마친 약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만 통과하면 치료제로 쓸 수 있다. 이날 유출된 시카고대병원 치료 결과는 일부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확인한 수준이기 때문에 정식 임상시험 결과는 아니다. 길리어드가 이 보도에 대해 “1회적인 결과로 통계적으로 아직 유효하지 않다”며 “전체 시험 결과를 봐야 한다”고 밝힌 이유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임상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중증 환자 24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와 중증과 경증의 중간 정도 환자 1600명을 대상으로 한 또다른 임상 3상 결과를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길리어드가 이르면 이달 중 중증 환자 공식 임상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개발 경과가 알려지면서 길리어드 주가는 폭등했다.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길리어드는 16일(현지시간) 2.56% 상승한 76.54달러로 마감했고, 장 마감 직후 나온 보도에 힘입어 시간외거래에서 1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렘데시비르 소식과 미국 정부의 경제활동 재개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의 야간거래 선물도 상승세를 탔다. 한국시간 17일 오후 7시(현지시간 오전 6시) 기준 다우선물은 2.98%, S&P500선물은 2.78%, 나스닥선물은 2.13% 오름세를 나타냈다.
강현우/이지현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