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로 연예계도 떠들썩했다. 정치권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색깔' 때문에 정치색 논란에 휘말린 이들도 생겨났다. 뿐만 아니다. 초상권 무단 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과도한 투표 인증으로 뭇매를 맞은 연예인도 있었다. 총선 기간 중 있었던 연예계 이슈들을 되짚어봤다.
◆ 음원 사재기가 또? 고발vs고소 '뜨거운 감자'
총선 기간 중 김근태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음원차트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1월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 시절 같은 의혹을 제기한 후 선거철이 되자 재차 해당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그는 마케팅 업체인 앤스타컴퍼니가 설립한 인공지능 큐레이션 회사 크레이티버가 국민 1716명의 계정을 해킹해 취득한 아이디를 음원차트 조작에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하며 다수의 가수들을 언급했는데, 이에 따른 뚜렷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아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이후 거론된 가수들은 일제히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역시 "해킹 피해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사재기의 실체가 명확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대중들의 혼란만 가중된 꼴이 됐다.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김 후보는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바로 고발을 진행하지 않았고, 선거철이 되어서야 실행에 옮겼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불법조작세력인 크레이티버 측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공정사회를 위한 공익수사요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의 본질은 불법조작세력의 불공정 행태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기광 측은 김 후보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했고, 송하예 측 역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업무방해죄 및 명예훼손죄로 김 후보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선거철에 재차 '뜨거운 감자'가 됐던 음원 사재기 논란이 반짝 이슈에 그치지 않고, 뿌리 뽑힐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허락도 없이 내 얼굴로 홍보를? 무단 도용에 선 긋기
선거철 허락 없이 연예인 및 캐릭터를 무단으로 사용한 점도 문제가 됐다. 더불어시민당 지지자들이 드라마 '스캐이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의 캐릭터를 정당 홍보 이미지에 활용했고, 펭수, 마미손, 박새로이 등이 무단으로 도용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에 김서형, 마미손이 동의 없이 사용된 이미지 및 저작물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이태원 클라쓰'의 원작자는 직접 SNS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인 대중을 상대로 하는 직업의 특성 상, 연예인들에게 정치적인 목적으로 쓰여지는 이미지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특수성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초상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했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무단으로 도용된 이미지에 대한 사과와 삭제는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를 처벌할 마땅한 조치는 없었기에 재발 방지를 위한 인식 개선이 되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다.
◆ 옷도 문제, 꽃도 문제…정치색 논란
"파란색 옷 입으면 민주당, 분홍색 꽃 찍으면 통합당인가요?
뜬금 없는 정치색 논란도 피할 수 없었다. 가수 송가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투표 독려 영상에서 푸른색 옷을 입고 나타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이와 관련해 송가인의 팬클럽은 "평소 파스텔 톤의 옷을 좋아한다"며 "특정 정당 및 정치적인 연관 관계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조보아는 투표 후 남긴 인증샷에 등장한 철쭉꽃 때문에 곤란해졌다. 사전 투표를 한 후 철쭉꽃 위에서 손하트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는데, 꽃 색깔이 특정 정당의 상징색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추측이 이어졌다. 이에 결국 조보아는 사진을 삭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졌다. 그런데 옷과 꽃 색깔로 그 사람의 정치색을 판단할 수 있다니 과해도 너무 과하다. 논란 이후 송가인은 선거 당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화이트' 패션으로 투표소에 등장했다. 상의, 재킷, 바지, 운동화까지 전부 하얀색이었다. 투표하는 날 입고갈 옷 색까지 고민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하지 말라는데 굳이…질타 받은 투표 인증
투표 이후의 인증샷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지숙, 이두희 커플과 배우 김소은은 손등에 투표 도장을 찍어 비판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기에 보는 이들의 눈살은 더 찌푸려졌다.
4·15 총선의 투표 현장 모습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투표장에서는 발열 체크를 진행했고, 유권자들은 모두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투표에 참여해야 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총선도 연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까지 했으니, 정부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손등이나 비닐장갑 위에 도장을 찍지 말라고 권고했다. 기표소에 비치된 도장을 여러 사람이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숙, 이두희 커플은 비닐장갑 위에 도장을 찍고 당당히 이를 SNS에 올렸다. 배우 김소은도 마찬가지였다. 대중에 영향력을 끼치는 연예인이기에 인증샷은 투표를 독려하는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이는 경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두희는 앞서 코로나19 사태 속 '마스크 알리미' 사이트를 만드는 등 선한 영향력을 보여왔기에 경솔한 판단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 '언니 저 맘에 안 들죠?'…'여적여' 부추긴 방송사
개표 방송을 진행한 방송사도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MBC가 총선 개표방송 도중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MBC는 '출발 비디오여행'의 대표 코너인 '영화 대 영화' 형식을 차용해 '후보 대 후보' 코너를 마련했다. 그리고 접전지로 주목 받고 있던 동작을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의 개표 상황을 전하며 여성 간 감정 싸움을 묘사하는 발언을 썼다.
동일하게 판사 출신인 두 사람의 개표 결과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MBC는 두 후보를 두고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과거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 사이에서 욕설 논란이 불거지며 나온 발언이다. 이후 여성 간 감정싸움을 간접적으로 표현, 여성 혐오의 의미가 담긴 말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에 MBC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성 후보들의 접전을 두고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프레임을 씌웠다"는 비판이 폭주했다. 무엇보다 MBC는 공영방송이기에 그 책임이 더욱 중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MBC는 개표방송 3부 말미 성장경 앵커의 입을 빌려 "서울 동작을의 개표 상황을 전해드리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이 여성 혐오성 표현이라는 일부 시청자분들의 지적이 있었다"며 "의도는 전혀 아니었으나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불필요한 불편함을 느꼈다. 여론을 의식한 단순 사과로 끝나서는 안 되며, 필히 공영방송의 역할과 책무에 대해 진중하게 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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