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공개한 스마트폰 2020년형 '아이폰S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간 고가 프리미엄 제품들만 내놓던 애플이 4년 만에 보급형 기기를 내놓아서다. 애플이 "대중적 디자인의 강력하고 새로운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한 만큼 무엇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눈에 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스마트폰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최신 '아이폰11' 시리즈에 탑재된 최신형 칩셋 'A13 바이오닉칩'을 장착해 '가성비 폰'이란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3년 전 출시된 아이폰8의 재고분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점은 흔히 간과된다. 카메라,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을 비교해보면 최신형 보급형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SE의 국내 출시 가격은 64GB 모델 기준 55만원, 128GB 62만원, 256GB 76만원이다. 미국 출시가에 비해 모델별로 10만원 이상씩 비싸지만 100만원대에서 200만원에 육박하는 아이폰만을 내놨던 그간 애플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가격을 낮춰 애플 유저의 구매 부담을 덜어줘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이다.
아이폰SE의 핵심은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 두뇌만 놓고 따지면 아이폰11 시리즈처럼 '똑똑한 폰'인 셈이다. A13 바이오닉은 애플이 내놨던 AP 가운데 가장 빠른 프로세서다. 이 칩 덕분에 외관이 유사한 아이폰8에 비해 아이폰SE는 CPU가 40% 이상 개선됐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iOS 13 버전을 실행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사진 촬영시 조명 등이 개선됐고 라이브 포토나 스마트 HDR 촬영, 4K 60fps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최신 AP를 탑재한 아이폰SE가 여타 플래그십(전략) 스마트폰에도 성능이 꿀리지 않는다는 평이 잇따르고 있지만, 세부 스펙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폰SE 카메라는 아이폰8과 동일하게 후면 1200만 화소, 전면 700만 화소 싱글(1개) 렌즈가 탑재됐다. A13 바이오닉과 함께 인물 모드를 지원하는 등 카메라 기능이 아이폰8에 비해 비약적으로 향상된 건 맞다.
다만 현재로 시점을 옮기면 그렇지 않다. 화질 경쟁이 치열한 최신 보급형폰들과 비교해보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같은 가격대로 다음달 출시가 예정된 삼성전자 '갤럭시A71 5G' 메인 카메라는 6400만 화소에 쿼드(4개) 렌즈를 탑재했다. 아이폰SE는 적은 화소에도 A13 칩 덕분에 인물 중심 피사체 촬영은 뛰어나지만 배경 촬영 등엔 태생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폰SE의 배터리 용량은 아직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아이폰8과 동일 용량인 1821mAh(밀리암페어시) 내외로 점치고 있다. 디스플레이 크기가 4.7인치로 작고 전력 효율성이 다르단 점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대다수 보급형 폰에도 최소 4000mAh 이상 대용량 배터리가 장착되는 최신 트렌드와 비교해보면 역시 한참 떨어지는 스펙이다. 단 애플은 "아이폰SE에는 아이폰8과 달리 무선충전 및 고속충전 기능이 추가됐다"고 귀띔했다.
낮은 저장 용량과 램(RAM) 사양도 걸림돌이다. 아이폰SE 저장 용량은 모델별로 64GB 128GB 256GB(76만원)이다. 아이폰은 마이크로SD 카드 등 별도로 저장 용량을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전부터 여러 아이폰 유저로부터 나왔던 지적이다. 램은 당초 예상대로 3GB 출시가 유력하다. 램 용량이 적으면 고화질 게임 등을 원활히 돌릴 수 없다. 갤럭시 A71의 경우 램은 6GB·8GB다.
아이폰SE는 화질이 낮은 LCD(액정표시장치)인 라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최근 제조업체들이 중저가 제품 디스플레이에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채택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역시 아쉬운 스펙이다.
결론적으로 아이폰SE는 애플 유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에 중저가로 아이폰을 살 수 있다는 점, 5G에 비해 저렴한 요금제의 LTE(롱텀에볼루션) 전용모델이란 점, 최신 성능에 그리 목말라하지 않는 수요자에게 맞춤한 스마트폰이란 점을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