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전망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소식에 17일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된 것도 증시 반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2분기 실적이 안 좋을 게 확실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정상화돼야 코스피지수가 안정적으로 2000선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차익실현한 개미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외국인이 지배했다. 장이 시작되고 3분 만에 1016억원어치를 쓸어담았다. 순식간에 주가는 1900선을 돌파했다. 여기에 기관 연기금이 가세하자 오전 10시57분에는 1926.02까지 치솟았다. 외국인은 오전 한때 4783억원어치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일부 주식을 덜어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는 3226억원어치에 달했다.
하락장에서 저가매수를 통한 주가방어에 나섰던 개인은 차익실현을 했다. 오전부터 물량을 쏟아내며 오후 2시33분에는 7184억원 순매도까지 폭을 키웠다. 이날 개인은 609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함께 기관은 235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이날 외국인과 개인 간 손바뀜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은 사상 최대치인 13조9367억원을 기록했다.
길리어드발 호재
이날 주가 움직임은 결국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동안 세계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부양책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무제한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요국 증시가 상승하며 부분적으로 회복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여기까지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주가 상승세는 주춤했다.
하지만 길리어드의 치료제 개발 진전 소식에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나스닥선물지수는 8700 근처에 머무르다가 길리어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순항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오전 5시께부터 치솟아 8시께 8900 안팎에서 등락했다.
전경대 맥쿼리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문제의 근원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무더기로 반등한 것”이라며 “신흥시장(이머징마켓) 투자 리스크가 줄었다고 판단한 외국인이 아시아 증시로 대거 유입됐다”고 말했다.
코스피 2000선 안착은 불투명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 주가지수가 최근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아직 폭락 직전에 비하면 낮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의 이번 반등은 1900~2000선이 최고일 것”이라며 “상반기에 기업이 받은 타격이 크기 때문에 내려올 때 급격히 내려왔다고 해서 올라갈 때도 그만큼 빠르게 상승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프로그램 매도가 급격한 증시 폭락을 만들었듯 최근의 상승도 프로그램 매수에 의존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각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풀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이익 타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주가는 곧장 우상향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개인의 움직임은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며 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의 향후 움직임도 관심이다. 연일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던 개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61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오를 때마다 수천억원어치씩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뒤 10조원어치 이상을 쓸어담은 저가 매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개인의 삼성전자 평균 매수 단가는 4만5600원이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는 5만1400원으로 5800원의 차익(수익률 12.72%)을 남겼다.
양병훈/고윤상/고재연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