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7일 내놓은 ‘2020년 3월 고용동향’은 각종 기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최저와 최악 일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람이 집에 머물고 밖에 나가서 소비하는 것을 중단한 여파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이 급증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후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일시휴직자 수는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일용직·임시직·자영업자 ‘직격탄’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작년 3월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전년 같은 달보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 1월 이후 10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타격은 주로 경제적 약자에 집중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임시근로자(-42만명)와 일용근로자(-17만3000명) 등 고용이 불안정한 취업자가 급감했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45만9000명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는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올 들어 상용근로자가 매월 6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 역시 상당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숙박·음식, 도소매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아르바이트생 위주로 고용이 급감했다. 자영업자가 경영난에 아르바이트생을 해고하면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9만5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은 12만4000명이었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1.0%로 1.9%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로 수요가 늘어 취업자가 증가한 업종도 있었다. 택배 주문이 늘면서 운수 및 창고업 취업자 수는 7만1000명 증가했다. 또 간호사 등 보건업종 종사자는 8만2000명 늘었다.
‘사실상 실업자’ 134만6000명 증가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0만 명(363.4%) 증가했다. 1983년 7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실업 대란이 오고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급증했다. 지난 3월 구직활동 계획이 없어 ‘그냥 쉬었다’고 답한 사람은 236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만6000명(18.3%)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이날 “잠재적인 구직자와 일시휴직자 등을 합하면 사실상 실업자가 134만6000명 늘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작년 3월만 해도 일하던 사람(2680만4000명) 스무 명 중 한 명은 올 3월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막막해졌다는 얘기다.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선 정부
정부는 실업 문턱에 서 있는 일시휴직자를 위해 휴직수당의 67~90%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제도 집행률은 지난 13일 기준 6% 수준에 그쳤다. 5004억원 예산 가운데 300억원밖에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지원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제로 도움이 안 된다는 아우성이 넘쳐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기업이 휴직수당을 먼저 지급해야 나오는데, 당장 인건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는 기업은 지원을 못 받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무급휴직의 경우 먼저 유급휴직을 1개월 이상 시행해야 지원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휴직 상태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상보다 일자리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정부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정부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다음주 초까지 고용안정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종합대책에는 고용유지 대책, 실업 대책, 사각지대 근로자 생활안정 대책 등이 포함된다.
성수영/서민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