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리브라, '스테이블 코인'으로 올해 안에 개발…디지털 화폐 전쟁 치열

입력 2020-04-17 13:26
수정 2020-05-16 00:31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가 당초 계획과 달리 달러·유로 등 각국 통화에 연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개발된다. 각국 금융당국의 압박에 글로벌 시장을 통합하는 단일 가상화폐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페이스북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리브라 백서 2.0'을 통해 리브라를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다. '1달러=1코인'처럼 기존 통화에 고정된 가치로 발행한다. 리브라협회는 다만 메인 리브라 코인은 이들 여러 스테이블 코인의 복합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리브라 구상을 발표하면서 달러·유로, 미 재무부 채권 등으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글로벌 단일 가상화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 정치권과 규제당국은 리브라가 중앙은행을 위협하고 세계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국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리브라연합에 가입했던 페이팔, 이베이,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들이 탈퇴하기도 했다.

리브라협회는 이번 백서에서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개방형) 블록체인으로 개발하려던 기존 계획도 포기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 테러범이나 범죄자도 운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정부 압박 등으로 잠정 보류했던 리브라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가상화폐 개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은 발빠르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 개발에 나서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 통화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가 차원의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미 하원 청문회에서 "미국이 디지털 화폐를 개발하지 않으면 다른 국가가 곧 나설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말까지 리브라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페이스북의 월평균 이용자(MAU·한 달간 페이스북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 수)가 25억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브라의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