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전복의 눈물'…1년새 반값으로 폭락

입력 2020-04-16 16:25
수정 2020-04-17 02:31
이마트는 올 들어 전복 할인행사를 매달 빼놓지 않고 열고 있다. 모두 여섯 번이나 행사를 했다. 대형마트가 같은 품목으로 한 달에 두 번 이상 행사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월에는 아예 가두리 양식장 전복을 통째로 매입해 크기에 상관없이 골라담기를 하는 이벤트까지 했다.

이마트는 16일부터 다시 17미(1㎏ 상자에 17개가 든 것) 상자를 2만9880원에 파는 행사를 시작했다. 전복 1㎏을 3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치킨 두 마리 가격이면 전복 한 상자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이맘때엔 같은 제품이 상자당 4만9800원에 팔렸다. 1년 새 절반 가까이 가격이 폭락했다.

지난해 절반으로 떨어진 전복값

‘바다의 보물’이라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던 전복 가격이 4개월째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의 식자재 가격이 떨어졌지만 전복의 경우는 더 심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복 출하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33.2% 떨어졌다. 다른 수산물의 낙폭은 10~20% 수준이다. 대형마트에서 3만원 밑으로 특가 상품이 나올 정도로 다른 수산물에 비해 가격 하락폭이 크다.

수산업 관계자는 “다른 식자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음식점 소비가 줄어도 온라인 채널이나 슈퍼마켓을 통해 가정용으로 쉽게 전환되는 반면 전복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솔로 문질러 때를 없애고 이빨과 내장을 제거하는 전복 손질 과정을 가정에서 하기에는 번거롭다는 것이다.

일본 수출길이 좁아진 것도 결정타가 됐다. 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전복 수출량은 2월 대비 9.4% 감소한 116t이었다. 이 중 일본 수출량이 106t이다. 지난해 3월 대비 13.4% 감소했다.

전복 생산농가 어려움 호소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형마트뿐 아니라 온라인과 도소매 시장에서도 전복 가격은 가파르게 미끄러지고 있다.

수산물 정보거래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은 이달 초부터 17미 전복을 3만900원에 팔고 있다. 인어교주해적단 측은 “수산시장과 대형마트에 발길이 끊기면서 완도 양식장에 전복이 남아돌아 물량을 긴급 처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매가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4월 사이 전복 도매가는 ㎏당 3만8000원에서 3만6400원으로 떨어졌다. 경기 하남수산물복합단지에서는 지난달 말 3만5000원까지 하락했다.

소매가도 하락세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전복 17미 한 상자를 5만9800원에 팔았다. 2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이달 들어선 5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복 도소매 평균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산지와 직거래하는 경우에 비해 다소 높게 책정된다.

전남 완도에서 전복 양식을 하는 이승호 행복한전복 대표(58)는 “국내 소비는 물론 일본 수출길까지 막혀 완도 전복을 생산하는 8000여 가구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