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비 “좋은 곡은 마음의 시련과 고통에서 나온다”

입력 2020-04-17 11:13


[박이슬 기자] 사람은 누구나 슬럼프와 우울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은 기회이자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Mnet ’Show Me The Money 8’이 끝나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낼 예정이던 그는 큰 사고가 났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를 위한 전환점이 되었다.

뉴욕과 한국에서 공부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탄탄히 다져온 윤비는 이제 독보적인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Alcoholic’에서 벗어나 새롭게 즐기고 있는 삶이 행복하다는 그는 아직도 씨앗을 심고 있으며 더 큰 열매를 위해 성장하는 중이었다.

음악뿐만 아니라 뮤지컬까지 다방면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이번 화보에서 따뜻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스트릿한 느낌과 남자답고 차가운 콘셉트까지 본인의 느낌으로 소화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래퍼 윤비와 bnt가 만났다.

Q. bnt와 화보 촬영 소감

“원래 레디 형 사진을 보고 참고했는데 예쁘게 나와서 하게 되었다. 나도 촬영을 진행하며 여러 가지 스타일링도 해볼 수 있고 인터뷰 때 나에 대해 내적으로 알 수 있고 알릴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Q. 최근 뮤지컬 ‘올 아이즈 온 미’에 캐스팅되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첫 뮤지컬로 소감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새삼 느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힙합 공연을 할 때 동선은 짜지 않고 즉흥적으로 할 때가 많다. Mnet ’Show Me The Money 8’을 할 때도 동선을 짜긴 했지만, 뮤지컬처럼 치밀하게 숫자 기호 하나하나 맞춰서 안무와 연기까지 겸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어려웠지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퍼포먼스를 발전할 계기가 되고 연기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Q. 뮤지컬을 준비하며 가장 힘든 점?

“대본 외우는 것은 힘들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공연이 힘들었다. 연기를 하면서 안무도 맞춰야 하고 캐릭터를 잃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다른 공연보다 신경 쓸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가사는 기본적으로 숙지를 해야 하고 그 외에 공연적인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Q. 래퍼가 된 계기

“좀 신기한 케이스다. 처음 시작한 음악은 작곡, 편곡, 디제잉이고 랩은 취미였다. 뉴욕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때 파티 플래닝을 하면서 쇼룸에서 음악감독 일도 하다가 데모 테이프를 만들었다. 그걸 한국에 들고 왔을 때 우연히 이 길을 걷게 되었다. 원래는 계획을 아예 하지 않았고 래퍼보단 무대 뒤나 연출 쪽에 더 치중되어있었다”

Q. 가장 열심히 준비했던 앨범은?

“당연히 첫 정규앨범이다. 아직까지 초심이고 아티스트로서 본질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자유로웠고 창작의 틀에 갇혀 있지 않았고 대중들이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형성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취향과 색깔이 가장 강하고 진하게 묻어났다. 전곡을 작곡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작업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곡 ‘Radio’와 ‘Yellow Cab’이다. 특히 ‘Yellow Cab’은 뉴욕에서 보낸 20대 초 중반의 추억들을 녹여냈다. 뉴욕에서 인생의 반 이상을 보냈는데 한국에 와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계기가 랩이고 그것을 회상하는 곡이다”

Q.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신기하겠지만 인디 앨범을 준비 중이다. 올해 3가지를 준비했는데 이미 낸 앨범은 ‘DOPE’이다. 뉴욕에 있을 때 좋아하는 음악, 재밌게 만든 앨범이고 두 번째 끝난 앨범이 ‘이별일기’다. 실제로 헤어진 하루 뒤부터 매일 감정 상태를 가사로 적고 녹음을 했다. 대중적이면서 공감을 많이 할 앨범이다. 마지막으로는 기분을 전환 시킬 겸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인디 앨범이다. 생각보다 목소리가 잘 묻어나서 가능성이 보인다”

Q. 랩 공부(연습)는 어떻게 하는지?

“내공이 있는 래퍼가 랩을 할 때 기본적인 발성, 플로우 등 기본기는 다 안다. 거기에서 연습해야 할 부분은 나만의 톤과 여러 가지 목소리, 감정선을 테크닉과 플로우로 조합하고 좋은 가사로 묻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 힙합에서 어떤 플로우가 유행하는지,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왔는지, 어떤 박자감으로 쪼개는지를 수시로 연습한다. 인기 있는 곡들이 뭔지, 어떤 랩을 하는지 나만의 톤과 색깔, 새로운 기술들을 익혀서 조합시키는 것이 연습 방법이다”



Q. 비트(혹은 작사)를 만들 때 영감은 어떻게 얻는지?



“작업실에 앉았을 때 곡을 만들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그때 곡이 잘 나온다. 앉아서 코드를 몇 개 풀어보고 위에 드럼을 찍다 보면 몰입이 돼서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그날의 기분, 인생의 상황에 따라서 작곡이나 작사를 하게 된다. 사람이 너무 여유롭고 행복하면 작업이 잘 안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저는 항상 마음의 시련과 심적인 고통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때도 곡이 잘 나온다”

Q. Mnet ’Show Me The Money 8’ 출연 당시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12~14시간씩 갇혀있다 보면 여러 래퍼의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접할 수 있고 친해지고 선입견을 깨주는 게 ‘대기실’이었다. 음악을 들었을 때 ‘얘랑은 친해질 수 없겠다’라고 생각했던 래퍼도 친해지게 되고 알고 보면 순수하게 음악 하는 친구들이었다. Mnet ’Show Me The Money 8’의 고통은 ‘대기’. 하지만 제일 축복 받은 시간도 ‘대기’”

Q. Mnet ’Show Me The Money 8’ 출연 당시 래퍼 영비와 배틀이 큰 화제가 되었다. 사이는 어떤지?

“아예 문제가 없고 ‘방송이어서 그렇구나’라고 이해하게 된다. 디스전 때 영비에게 화난 감정은 없지만 지면 커리어 적으로 타격이 크고 잃을 게 많아서 가사를 치밀하게 적었다. 하지만 내 감정 포인트는 ‘영비 대 윤비’라고 이름을 부를 때였다. 영비는 환호성이 컸지만 내 이름이 나올 땐 환호성이 거의 없었다. 그걸 듣고 감정이입이 바로 됐다. 그때 현타가 와서 사람이 되게 차가워졌다. 유일하게 방송하면서 안 떨었던 무대가 디스전이었다”

Q. 가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원래 전공은 철학이었는데 부전공이 뮤직비즈니스여서 음악계에 법률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교 2학년 때 법대생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법대 도서관에서 알바도 하고 재산권 쪽으로 여러 가지 준비를 했었다. 그래서 음악이 아니었다면 법대를 졸업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뉴욕에서 하는 일이 어카웃 매니저였다. 기술영업인데 사람을 만나고 금융 상품을 설명하고 영업하는 것이다. 그때 돈을 잘 벌었고 적성에도 잘 맞아서 같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국에 안 왔을 것이다”

Q. ‘잘생겼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 거 같다. 본인의 외모에 만족하는지?

“홍콩 배우, 태국 연예인 느낌이라고 한다. 그리고 느끼하게 생겼다고 한다. 솔직히 만족한다. 원래 운동도 좋아하고 남자다운 것도 좋아하는데 그런 표현이 이 시대에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거 같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은?

“‘실행하는 능력’이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실제로 사고가 난 후 퇴원하자마자 18곡을 만들었다. 전부 직접 작곡하고 ‘한 달 동안 비트를 포함해서 이틀에 한 곡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다. 작업하는 동생과 음악캠프처럼 집에 같이 살면서 한 달을 생활 했다. 지금은 바로 뮤지컬로 작업할 시간이 없어서 가장 큰 득이었다”

Q. 출연하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

“MBC ‘진짜 사나이’다. 십자인대가 파열 돼서 군대가 면제였다. ‘밀덕’이어서 사격도 좋아하고 보이스카우트도 하고 운동도 많이 했다. 어렸을 때 환상 중 ‘무조건 해병대를 가고 싶다’가 있었는데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 좋을 거 같다. 아니면 DEEP TALK를 할 수 있는 방송에 출연하고 싶다. 예를 들면 JTBC ‘마녀사냥’”

Q. 20대에 꼭 이루고 싶은 것



“지금 28세다. 멋있는 30대 남자가 될 수 있도록 나머지 2년을 정말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배우로서 커리어, 음악, 학업 등 뭔가를 지금 계속 씨앗을 심고 있는 단계다. 적어도 열매가 한두 개 정도는 맺는 것이 목표다”



Q. 같이 호흡을 맞추어 보고 싶은 아티스트

“릴러말즈. 뉴욕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악성과 근본이 있고 바이올린도 했었다. 저 또한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음악적으로 인정하고 대중적으로 잘 풀어낸다. 라임도 잘 짜고 화성악도 탄탄하고 가사 스토리와 메이킹도 잘하는 친구기도 하다. 저도 메이킹에 자신이 있기에 우리 둘이 머리를 맞대면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Q. 기억에 남은 댓글

“음악 앱에서 ‘Wasted 20s’ 앨범에 누군가 길게 댓글을 썼다. 씨잼과 비교를 했는데 보고 감동하였다. 그리고 제 음악이 대중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평점을 보면 4.0 이상이다. 그걸 보면서 감사하다고 느끼고 ‘내가 음악성은 무시를 안 당하는구나’라고 안도를 느꼈다. 비주류 같은 색깔이 강한 음악을 해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고 느낀다”

Q. 악플에 대처하는 본인만의 노하우

“정도가 지나치거나 연속적으로 악플을 달면 지우고 차단한다. ‘내 것 싫으면 보지 마라’라고 한다. 대놓고 인신공격하는 댓글 이외에 공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악플도 있는데 그건 수렴을 하려고 한다. 한두 개 씩 똑같은 말이 많아지면 곰곰이 악플이 많은 이유를 생각하게 된다”

Q. 슬럼프가 찾아온 적 있는지?

“Mnet ’Show Me The Money 8’이 끝나고 공연도 많이 들어왔지만 첫 단독 공연을 3일을 앞두고 사고가 났다.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2달 동안 아무것도 못 했다. 가장 다크했던 시기지만 그걸 계기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흥이라는 것을 아예 인생에서 뺐다. 원래 술을 좋아했지만 끊고 클럽도 아예 안 갔다. 그 이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오늘 침대에 누워서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면 성취감과 행복이 밀려온다”

Q. 래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대학진학을 앞둔 친구들에게 ‘학업을 놓치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음악은 충분히 동시에 할 수 있다. 래퍼는 보여지는 자체도 마케팅과 PR의 일부기 때문에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시야가 있었으면 좋겠다. Flexing을 많이 해도 실제 통장잔고는 빈곤한 사람들도 많고 한국에서 음악으로 돈 버는 게 힘든 일이다. 물론 처음 음악을 할 때는 순수하게 열정으로 하는 게 맞다. 정말 래퍼가 되고 싶으면 열정은 잃지않고 미리 동시에 씨앗을 심어놓으라고 하고 싶다”

Q.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아티스트’라고 기억되고 싶다. 음악을 떠나 사람들에게 도움과 좋은 에너지를 주는 롤모델이 되고 싶다”

Q.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

“전부 답장도 못 해 드리지만 고맙고 관심을 받는 자체가 축복이다. 있을 때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아직 부족하지만, 서포트해 주고 봐주시는 팬들에게 정말 빚을 많이 졌다. 음악을 열심히 해서 실망하게 하지 않을 수작을 계속 만들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Q. 인생의 최종 목표는?

“30대 때는 음악과 사업도 하면서 행복한 가정도 있는 삶을 꿈꾸고 있다. 굳이 돈에 매료되지 않고 소소한 삶. 예를 들어 뉴질랜드나 제주도에 집을 지어서 편하게 작업도 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성격상 항상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있고 항상 뭔가를 할 것이다. 꾸준히 뭔가를 하고 싶고 일이 안 끊겼으면 좋겠다”

에디터: 박이슬

포토그래퍼: 설은주

의상: 디앤티도트(D-ANTIDOTE), COS, DUCKDIVE

주얼리: 수애드

헤어: 쌤시크 민경 디자이너

메이크업: 쌤시크 민지 부원장

장소: 수피(SU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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