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핵산(RNA) 기반 비대흉터 치료제의 임상2상 시험을 올해 미국에서 시작할 계획입니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사진)는 “비대칭 소간섭 리보핵산(siRNA) 기술을 자체 개발해 기존 RNA 치료제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15년간 ‘RNA간섭’ 현상을 연구한 생화학 전문가다. RNA 관련 기술을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려 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어 2010년 창업했다.
“기존 핵산 치료제 부작용 최소화”
올릭스는 상처 치료 후에도 흉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질환인 비대흉터 치료제(OLX101A), 황반변성 치료제(OLX301A) 등 RNA 기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는 치료제다. DNA의 정보를 복사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고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RNA가 표적이다. 이론상 모든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핵산 치료제는 3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1세대인 아스피린 타이레놀 등 저분자화합물 치료제, 2세대인 휴미라 엔브렐 등 고분자 항체 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핵산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약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인 뉴시너센의 스핀라자(2016년), 트랜스티렌틴 아밀로이드증 치료제인 앨나이람의 파티시란(2018년) 등이다. 국내서는 올리패스가 만성통증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차세대 치료제로 부각되면서 핵산 치료제 개발사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앨나이램의 시가총액은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다이서나, 애로헤드 등 후발 주자는 대형 제약사들과 수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이 대표는 “이론적으론 2만2000개 모든 유전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며 “핵산 치료제 시장은 연 100조원에 달하는 항체치료제 시장에 버금가는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했다.
올릭스는 비대칭 소간섭 RNA 원천기술을 확보해 차별화하고 있다. RNA간섭을 일으키도록 인공 합성한 siRNA의 염기 가닥 길이를 다르게 하는 방식이다. 두 가닥의 염기에 모두 영향을 줘 엉뚱한 유전자를 억제하는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 문제를 해결했다. 이 대표는 “비대칭 siRNA 기술을 이용하면 망막 독성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며 “안과 질환 핵산 치료제 개발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고 말했다.
“임상 2상 뒤 기술수출”
만능 치료제처럼 보이지만 RNA간섭 기술에도 한계는 있다. 약물을 증상이 생긴 부위에 직접 투여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 화학적으로 만든 핵산이 몸속에 들어가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분해되기 때문이다. 엉뚱한 부위에 달라붙어 부작용을 낼 수도 있다. 피부, 안구 등 국소 부위에 직접 투약하거나 흡입을 통해 폐에 투여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하지만 올릭스는 핵산 치료제를 간 조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갈낙’ 기술을 도입해 특정 장기를 표적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릭스의 주력 후보물질은 OLX101A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국내에선 휴젤과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 지분 5.8%를 보유한 주요주주인 휴젤은 이 후보물질의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다. 영국 임상1상은 마쳤다. 이 대표는 “영국과 한국 임상1상에서 안전성 문제는 없었다”고 했다.
올릭스는 임상2상을 마친 뒤 OLX101A의 기술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전임상 단계였던 OLX301A를 프랑스 테아(Thea)에 8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이 대표는 “간섬유화 치료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핵산 치료제 개발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 RNA간섭(RNAi)
단백질 생성 시 DNA 유전정보를 세포질 내 리보솜에 전달해주는 전령 리보핵산(mRNA)이 영향을 받아 특정 유전자 발현이 억제되는 현상.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알아내면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이주현/임유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