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m씩 거리 두고 100m 긴 줄

입력 2020-04-15 18:03
수정 2020-04-16 04:54
15일 오전 8시 서울 교남동 경희궁자이아파트 단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소 앞에는 100m 길이의 줄이 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유권자들이 1m씩 거리를 두고 줄을 섰기 때문이다. SNS에는 하루 종일 ‘마스크 투표 인증샷’이 올라왔다. 전국 투표소 출구에는 버려진 비닐장갑이 수북이 쌓였다. 전 세계의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가 투표 현장의 풍경도 바꿔놨다.

유권자들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투표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꼈다. 발열 검사를 한 뒤 이상이 없으면 투표소에 입장했다. 관계자들은 1m씩 거리를 두라고 안내했고, 각 투표소 앞에는 예년에 보기 힘든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하기 위해 한 시간가량 기다려야 하는 곳도 있었다.

SNS에 투표 사실을 알리기 위한 ‘인증샷’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손등에 도장을 찍은 사진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투표확인증을 들고 있는 사진들이 SNS를 장식했다.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손등에 도장을 찍는 행위를 삼가달라고 당부한 결과다.

일부 유권자는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배를 타기도 했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를 비롯해 일부 섬에는 투표소가 마련되지 않아 이곳 주민들은 배를 타고 이동한 뒤 투표했다. 자동차 판매점, 탁구장, 야구연습장, 세차장, 지하주차장, 식당, 카페 등에 설치된 ‘이색 투표소’도 눈길을 끌었다.

투표소 안팎에서 소란을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용지를 찢은 혐의로 한 시민을 체포했다. 공직선거법 제244조에 따르면 투표용지를 훼손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술에 취해 투표소에서 난동을 부리다 체포된 이도 있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발열 검사를 하지 않고 투표소에 들어가려는 유권자가 관계자에게 제지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들은 오후 6시 이후 투표했다. 자가격리자 중 발열과 기침 등 증상이 없고, 사전에 투표를 원한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해 야외에 마련된 대기 장소에서 기다렸다가 투표를 마쳤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이날 투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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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병욱/성상훈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