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 투표율로 유불리 따지기 어렵다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0-04-15 10:34
수정 2020-04-15 10:42

투표율과 선거 결과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4·15 총선에서 최종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마지막 변수로 꼽히면서 각 정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총선 사전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여야는 서로 “우리 지지층이 적극 참여해서 그렇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에 우호적인 젊은층이 적극 투표에 나선 결과”라고 했고, 미래통합당은 “표심을 숨겨왔던 샤이보수들이 ‘이대론 안된다’며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높은 투표율이 어느 쪽에 유리할까.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이,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정당이 각각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젊은층 유권자들이 고령층보다 상대적으로 적극 투표에 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깔려있다.

반드시 그럴까. 2000년 16대 총선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5번의 선거 중 최저투표율은 2008년 18대 총선 때인 46.1%였다. 최고투표율은 2004년 17대 총선 때인 60.6%였다.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던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으로 과반을 차지하면서 통합민주당(81석)에 크게 앞섰다.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던 2004년 17대 총선에선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하면서 121석에 그친 한나라당을 제쳤다. 두 선거만을 놓고보면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이,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 정당이 유리하다’는 공식이 맞다. 그러나 2004년은 투표율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 열린우리당에 승리를 안겨줬다는 분석이 많았다. 2008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것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져 경제살리기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 때 투표율은 57.2%. 투표 결과는 야당인 한나라당 133석, 여당인 새천년국민회의 115석이었다. 54.2%의 투표율을 보인 2012년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이 127석을 각각 기록했다. 투표율 58.0%를 나타냈던 2016년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을 각각 얻었다. 투표율과 각 정당 유불리를 따지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투표율이 높고 낮음을 두고 선거 유불리를 따지기 쉽지 않고, 정치·경제·사회적 이슈, 집권당의 국정운영 능력 등에 따른 민심의 흐름을 중요한 변수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가 다른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투표율로 선거 결과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영식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