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경기 악화 시 근로자를 바로 해고하는 경우가 많고, 실직 즉시 구직급여를 신청하며 1주 단위로 지급돼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3월 노동시장 동향에 관한 한국경제신문 보도(4월 14일자 A1, 3면)에 고용부가 내놓은 설명자료 내용이다. 보도 내용은 3월 실업급여 수급자가 60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은 데다 집계와 발표 시차가 커서 실제 실직자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우리나라는 실직 이후 1년 안에 구직급여 지급이 가능하며 1개월 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이 1주 단위의 통계를 내면 전체 실업이나 경기 상황을 설명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했다.
물론 고용부의 설명이 맞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보도 내용의 핵심이 “한국도 1주일 단위로 통계를 내야 한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행 실업급여 통계는 실직부터 실업급여 신청까지 최장 한 달 반가량의 시차가 존재한다. 2월에 실직했더라도 다음달 15일까지만 고용보험 상실 신고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런 통계 시스템에 대해 이렇다 할 지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루가 다르게 노동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루 1500곳 안팎의 사업장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겠다며 휴업·휴직을 하고 있다. 대상 근로자는 50만 명(연인원)에 육박한다. 본지 보도는 이런 상황에서 ‘거북이 통계’를 놓고 정책 기초자료로 삼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집계와 발표 시차를 줄이는 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실업급여 신청 상황은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실시간으로 파악된다. 외부에 공개만 안 될 뿐이다. “입력 시점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실직 트렌드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쉬운 대목은 또 있다. 고용부는 좀 더 신속한 통계 요구에 “불안정한 수치”라는 이유로 난색을 보인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에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가 공식 발표하기 전 한 언론이 최근 3월 실업급여 중간집계 잠정치 관련 보도를 했을 때 고용부 내부에서는 유출 경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고용부의 내부 정보공유 SNS도 상당수 폐쇄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으로서는 현 통계 시스템을 바꿀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가 한창인 마당에 실직자 급증 통계는 늦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지적도 있다. 정부가 이런 오해까지 받을 이유는 없다. 13일 브리핑에서 “조금 더 빨리 현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는 임서정 고용부 차관의 약속이 립서비스가 아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