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65)은 한지를 세 번 겹친 삼합지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풍경을 주로 그리지만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든다. 눈으로 본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마음속에 저장돼 있는 풍경을 피어나는 대로 그리기 때문이다.
경기 양평 강상면의 복합문화공간 봄파머스가든에 있는 류미재(流美齋)갤러리에서 김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그가 3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양평 강하면 항금리의 목가적인 전원 풍경을 모티브로 한 ‘기다림’ ‘항금리 가는 길’ 등 20여 점을 걸었다.
현실을 초월한 마음속의 이상향을 화폭에 담는 그의 회화는 함축과 생략, 차용을 특징으로 한다. 나무는 가지 하나하나를 세세히 묘사하지 않고 타원형의 덩어리로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나뭇잎의 색은 현실의 녹색에 갇혀 있지 않고 주황색, 주홍색, 분홍색, 연두색 등으로 자유롭게 변화한다. 나무가 분홍색 솜사탕이 되고, 때론 무수한 꽃들로 장식되기도 한다. 같은 종류, 같은 색의 꽃들로 장식된 풀밭은 그 자체로 하나의 단색조 회화를 연상케 한다.
대상을 철저히 관찰하되 스케치를 하지 않는 것도 김 작가의 특징이다. 그에게 풍경은 자신이 상상한 세계, 이상향을 나타내기 위해 빌려온 요소다. 스케치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면 빌려온 리얼리티에 집착할 우려가 있다. 그가 스케치를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그리는 이유다.
김 작가는 그동안 우산, 꽃, 나비, 기차, 쿠션, 물뿌리개 등 풍경과 대상을 결합한 연작들로 현실을 초월한 마음속 이상향을 선보여왔다. 어린 시절 꿈처럼 쫓아다녔던 나비, 안락함의 상징인 쿠션, 물뿌리개에 빼곡히 꽂혀있는 솜사탕은 보기만 해도 미소를 짓게 한다. 경쾌하고 밝은 그의 작품은 리얼리티 너머의 찬연한 풍경이다. 전시는 6월 17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